‘나눔의 스님" 월봉스님을 찾아

 

월봉 스님을 안지는 불과 4년, 그때는 조그만 암자이고 먼발치서 바라보며 가끔 찾는 조그만 암자에 불과했다. 다만 깊은 사귐이나 잦은 만남이 없어도 순수한 친근감과 신뢰로 효자암과 관계는 반연(絆緣)하다.

 

 매해, 부처님 오신 날이면 쌀 보시를 한다. 그것도 작은 암자에서 1천여포, 그리고 겨울 초입엔 배추 7천여포기로 김장을 담아 구청(동래구, 연제구, 영도 복지관, 암자, 금정구)에서 보살핌을 받지 못하는 불우한 이웃을 골라 나눔 보시를 하고 있다.

기자는 종교인 스님으로서의 존경심보다 이런 자비(慈悲) 스님을 알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인생의  큰 보람이라 생각하고 있다.

성철스님이 살아계실 때의 일화가 생각난다.  “야! 이 중놈들아 가사 입고 부처님 팔아 사기친다.” 고 야단친 일이다. 스님들이 얼마나 탐욕(貪慾)이 많았으면 그런 말을 쏟아냈을까...

부산 동래에서 만덕 옛 길을 지나다 보면 ‘대한불교 조계종 효자암(孝子庵)’이라는 표찰이 보인다. 거기서 금정산 자락쪽으로 10여분 가파른 길을 헐떡이며 올라가면 조그만 암자가 보인다. 법당 앞에서 두 손 모아 합장 묵례를 하고 한숨 돌려, 사방을 둘러보면 황령산이 그림처럼 아름답게 다가온다. 꼭 부처가 연좌에 앉아 있는 형상이다. 명당일까?

스님, “저 왔습니다.” 하면  스님이 “어서 와요.”하고 반가운 표정으로 객을 맞아 준다.  반가우면 반가움이 그대로 얼굴에 드러나고, 마뜩찮으면 고래고래 고함도 지르며 스님은 큰일을 치뤄낸다. 구김이 없고 직선적인 성격이다.

스님 속가가 경주인 것하고 나이는 68(?)세 정도, 대구 동화사에 출가, 경북 일대에서 염불(念佛)하면 한국 제일(?)이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월봉스님과 차 한 잔 놓고 말한다. ‘인생이란 밤길을 걸어본 사람은 압니다. 인생이란 가둠과 풂, 버림과 모음 떠남과 돌아옴 등의 반복입니다. 그래서 성장하고 성숙하는 것입니다. 자신을 가둘 줄 알고 풀 줄도 알아야 합니다. 버릴 줄도 알아야하고 모을 줄도 알아야 합니다. 그리고 되돌아올 줄도 알아야 합니다. ”라고.  알듯 말듯한 선(禪)을 말한다.

“스님, 이런 나눔의 큰 일을 매해 하시는 것을 보면 정말 효자암이 대단하고 자랑스럽습니다. 신도가 많은 것도 아니고… ”하고 운을 떼자 월봉 스님은 “남에게 호의와 친절을 베푸는 것은 부처님의 마음이고 저의 혼(魂)이고 또 당연한 것입니다. 또, 저가 남에게 의지하고 남의 호의를 얻는 것은 부끄럽게 여깁니다.”라 

 “세상의 모든 행복은 남을 위한 마음에서 옵니다.  세상의 모든 불행은 이기심에서 옵니다. 하지만 이런 말이 무슨 소용이 있는가.  어리석은 사람은 여전히 자기 이익에만 매달리고, 지혜로운 사람은 남의 이익에 헌신합니다. ”고 말한다.

이런 스님의 나눔의 보시가 널리 알려져 잠깐이나마 살만한 세상이란 생각이 들었으면  합니다만 하고 운을 떼자 스님은 ‘부덕(不德)’이란 말이 있습니다. 덕을 자랑하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당연한 일을 어디에 연락하고 자랑하는 것은 베풂이 아니라고 딱 잘라 말한다. 그러며 신문에 쓸려면 치워요, 하고 단호하게 말한다.

정성과 형식의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효자암의 쌀 천여포는 그냥 천여포가 아니다. 밭을 경작할 때부터 계약을 한, 무농약 쌀이다. 부산 알만한 큰절에서, 절에서 못 먹을 쌀을 불우이웃 돕기용으로 내놓아 받은 사람들의 불만이 하늘을 찌른다는 소식과 얼마나 비교가 되는지…….

절에서 쌀을 받아 각 구에 나눠주는 일꾼(?)들의 밥 한끼를 위해 며칠씩 장을 보며, 정성을 기울이는 것도 같은 마음일 것이다.

화려한 가사장삼에 만면에 인자한 미소를 띄고, 어려운 법어로 치장하며 온갖 명예를 누리지만 뒤에선 "돈 너무 밝힌다"며 손가락질 받는 스님들이 한둘인가?  이런 기쁨에 일년을 산다는 괄괄한 월봉스님과 자연스레 비교된다.  그 사람을 나타내는 건 글과 생각만이 아니라 선택과 실천이란 글귀가 자연스레 떠오르는 날이다. 

이렇게 월봉스님은 베품을 업으로 살아간다. 그런 스님의 얼굴은 하나의 풍경이다. 그리고 한권의 책이다.  또, 스님이 아름다운  마음이 사회의 혼을 매혹시키는 것 같아 마음이 흡족하다. 돌아나오는 길엔 초 여름비가 스님 마음을 읽듯 부슬부슬 내리며 절 기운을 더욱 촉촉이 느끼게 한다.  “알리지 말라” 했는데 이런 보도가 나가면 다음에  퇴방 맞을 각오를 단단히 해야 할 것 같다.

두말할 필요없는 이 시대 자랑스러운 종교인  월봉스님, 이런 스님을 알고 있는 것이 어쩌면  나에겐 감사한 일이고,  또,  그 스님으로부터 자비심을 받아 맑은 영혼을 구원받고 있는지  모른다.  요즘 건강도   좀 그렇다고 하는데..., 하루 속히 쾌차하시기를 바라는 마음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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