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정구의회 박인영 의원  “2011년도 공무국외연수 보고서”
금정구의회는 지난 5월 15일부터 해외연수를 다녀왔습니다. 금정구의회 박인영 의원에게 해외연수 후 느낀 점에 대해 원고를 의뢰, 다음과 같이 게재합니다. 분량 관계로 2회에 걸쳐 원고를 싣습니다.
박 의원의 가감없는 내용을 바탕으로,  구의회 해외연수가 좀더 발전적인 방향으로 모색되었으면 합니다. 

▲ 박인영 의원
전문여행사와 프로그램이 절실하다

목표와 계획을 아무리 잘 세워도, 현지에 가서 실현할 수 없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지난 5번의 국외여행의 경험을 통해 내린 결론은, 우리의 국외 여행을 안내하는 여행사가 관광 여행밖에 해보지 않았는데 구의원 국외 여행이라는 목적에 맞는 여행을 운영하기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이번에 하나여행사와 희망제작소가 함께 설립한 지방자치단체장 및 의원과 공무원 대상의 해외연수 전문 사회적 기업 형태의 ‘여행사 공공’의 출범은 반가운 일이다.


‘여행사 공공’을 통해 기획되는 해외연수 프로그램은 각 지자체와 공무원의 니즈에 맞춰 지역 현안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내용으로 기획될 예정이며, 희망제작소가 보유하고 있는 전세계 지식 네트워크를 통해 현지 지자체 및 공공기업들과 해외 네트워크 구축 및 다양한 해외 연수 기회도 제공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여행사 공공뿐만이 아니라, 지역 차원에서도 공무 국외 연수에 대한 경험과 노하우가 축적되는 전문여행사와 프로그램이 있어야 한다. 가능하다면 여행사 공공의 부산 지부 같은 형태도 가능할 것이다.

현지 코디네이터가 필요하다

여행사 공공처럼 구의원들의 국외연수 맞춤형 여행프로그램이 있다면 더할 나위없이 좋겠지만, 아직은 전면적으로 실시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일반 여행사와 국외연수를 진행한다면 현지의 코디네이터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다른 사회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가이드의 단순한 관광 안내로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코디네이터는 가이드나 단순 통역과는 다르다. 일단 한국의 행정, 정치, 사회에 대해 이해가 있으면서 현지에서 생활하고 있는 사람 중에, 행정, 정치, 사회를 전공하는 유학생이나 현지 교포 중에 관련 전문가들을 찾을 수 있다면 더욱 좋다.

이번 말레이시아 방문에서 통역을 해주신 분은 현지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교수님이었는데 관광가이드에게 하루 종일 들었던 내용보다, 그 교수님과 점심을 먹으면서 1시간 남짓 나눈 대화가 말레이시아 사회를 이해하는데에 더 큰 도움이 되었다.

예컨대 말레이시아의 신행정수도 푸트라자야에 대한 가이드의 설명은 ‘푸트라자야’가 왕자 마을이라는 뜻이며, 건물이 멋있다는 정도였지만, 통역을 해주신 교수님은 ‘푸트라자야’가 경제개발 정책과, 다민족 국가인 말레이시아의 민족간 갈등에 대한 소수민족 지원정책과도 관련이 있음을 설명해주어 신행정수도에 대해 보다 심층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이 부분은 현지 대사관에 협조를 요청하는 방법이 가장 좋을 것이다.

일정이 집중되어 있어야 한다

다른 구 의원들의 의견도 국외 연수는 너무 피곤하다는 것이다. 달리 피곤한 것이 아니라, 일정이 산만하고, 방문지가 너무 많기만 하기 때문이다. 몇시간 차로 이동해서 30~40분 정도 돌아보고 또 이동하는 일정으로는 수박겉핥기밖에 안된다.

예컨대 장애인 관련 정책을 벤치마킹하겠다면 장애인 시설을 둘러보고, 장애인 단체를 만나서 간담회도 하고, 정책 수립자들을 만나서 현황을 브리핑 받고, 방문한 의원들간에 자체 토론회도 해야 한다. 하루나 이틀을 통째로 집중하는 것이 좋다.

함께 가는 의회직원들의 역할도 변해야 한다

보통 구의원 국외연수를 가면, 전문위원부터 상임위원호별 담당직원까지 4-5명의 직원들이 동행한다. 그런데 솔직히 말하면 대표적으로 식사 때마다 김치 챙기는 것을 필두로 주로 잔심부름을 하는 역할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

의회 사무국 직원들은 적게는 10여 년 부터 많게는 20년, 30년 가까이 공직 생활을 하신 분들이다. 그분들의 경험과 전문성도 분명 있을진대, 그 역할은 너무나 한정되어 있는 것이다.

현지에서 생활에 필요한 사소한 일들은 여행사에 통으로 맡기고, 동행하는 직원들은 스스로도 정책보좌의 기능을 한다고 생각해야 하고, 의원들도 직원들이 스스로도 정책적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역할을 규정해주어야 한다.

구의원 국외연수에 대한 정보아카이브를 구축하자

매년 국외 연수를 준비할 때마다 어딜가지?라는 기초적인 고민부터 시작한다. 인터넷을 뒤지거나 여행사 정보를 뒤져본다. 기본적으로 부산 지역 내의 다른 구의회가 다녀온 곳의 정보조차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정리되어 있지 않다.

전국적으로 보면 수십, 수백번의 공무 국외연수가 이루어지고 있을 것이고, 그 중에는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모범적인 연수와, 배울만한 도시가 있을 것이다. 그 정보들을 모아서 아카이브를 구축해놓으면 국외 연수의아이디어도 얻을 수 있고, 그 자체가 벤치마킹 정보의 창고가 될 것이다. 이 부분은 행정안전부나 부산시가 나서주었으면 좋겠다.

국외연수보고서, 공모전을 개최하자

구의원 국외연수를 비판하는 가장 큰 이유 중에 하나가 연수 보고서가 부실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사실 보고서를 잘 써도, 활용할 방법이 별로 없다. 의회에 제출하고, 개인 홈페이지에 올리는 정도가 전부이다.

매년 구의원 국외연수보고서 공모전을 열면 어떨까? 심사는 전문가들과 시민들이 직접 해서 잘 된 보고서는 시상도 해서 명예도 주고 말이다.

이를 통해 구의회간에 정보도 교류하고, 모범사례도 전파하고, 약간의 경쟁심을 주어서 더 잘하게 하는 원동력으로 삼아도 좋지 않을까? 이 부분은 구군의장단협의회가 준비하면 좋을 것이다.

구의원 국외연수, 꼭 가야하나?

마지막으로 이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렇게 현실적인 한계도 많고, 비판의 여론도 따가운데 꼭 가야하나? 까짓거 안가면 안되겠나? 하는 고민이다.

2006년 9월 경기도 의회의 필리핀 고급 술집 놀자판 외유가 공중파 TV를 통해서 적나라하게 방영된 것을 비롯해 구의원들의 국외 연수에 대한 비판 기사는 연례행사처럼 빠지지 않는 만큼 ‘혈세’ 낭비가 심각하다는 비판과 함께 ‘해외연수 자체를 없애야 한다.’라는 지적까지 있는 것이 사실이다.

국외연수를 통해 배워온 것을 금정구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가? 그렇지 못한 경우도 많다. 하지만 구의원들은 구의 전체 발전방향을 고민하고, 정책을 제안하는 사람들이다. 우리와 다른 행정, 정치, 문화 제도를 보면서 느끼는 점이 정책입안자인 우리 스스로의 의식을 성숙하게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예컨대 이번에 방문한 싱가폴은 금정구와는 경제 규모와 사회 시스템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싱가폴의 제도를 우리에게 벤치마킹하기는 어려운 점이 있다. 하지만 싱가폴의 투자청에 대한 학습을 하면서 국가의 예산의 운용하는 방식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 가능하구나하고 느낀 점이 분명히 있었다. 이런 부분이 앞으로 내가 예산을 바라볼 때 분명히 도움이 될 것이다.

꼭 가야 하나? 라는 질문에 답을 하자면, 꼭 가야한다는 것이다.  지방자치 역사가 길지 않고 축적된 경험 또한 많지 않은 우리의 입장에서는 선진 지방자치와 정치, 문화에 대한 다양한 사례와 경험을 벤치마킹하고, 새로운 비전을 만들어내야할 의무가 있다. 준비된 국외연수가 필요한 이유이다.

구의원의 국외연수, 분명 문제가 많고, 현실적인 한계도 있는 만큼 변화가 쉽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구의원 스스로가 문제를 인식하고 있고, 변화하겠다는 의지가 있는 만큼 앞으로 많은 발전이 있으리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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