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정치를 바꾸고 세상을 변화시키자는 시민들의 열망이 높아졌다. 투표는 삶의 문제에 답을 주지 못하는 정치에 대한 분노였고, 좋은 정치를 하라는 경고였다.

시민은 2008년 촛불시위로 이명박 정부의 일방적 국정 운영을 경고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국민에게 두 번 사과했다. 이 대통령은 그러면서 “이제는 국민과 소통하며 함께 가고 그 뜻을 받들겠다”고 약속도 했다. 촛불이 꺼지자 이 대통령은 제자리로 돌아갔다. 달라진 것은 없었다.

민주주의와 민생 위기는 다시 깊어졌다. 살인적인 대학등록금에도 일자리가 없는 20대, 전세난 등으로 생활의 여유가 없는 30대, 자녀 교육비와 노후가 두려운 40대까지 삶은 팍팍해지는데 정치는 해결 능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시민들은 절망했고 이런 정치를 냉소했다. 불만→투표 불참→삶의 위기→정치 불신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었다.

어느 순간 시민들이 이 고리를 끊었다. 불만으로는 불충분하고 참여를 통해 시민권력이 될 수 있음을 자각하게 됐다. 청춘콘서트, 팟캐스트 방송 <나는 꼼수다> 열풍은 분노를 표출하고 소통하는 사회적 현상이었다. 트위터·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는 불만을 결집·분출시키고 정치 참여를 촉발시키는 도구였다.

민주주의가 작동하지 않는 정당정치에 대한 불만도 정치 참여로 표출됐다. 올해 벌어진 크고 작은 선거마다 변곡점을 만든 것은 투표장을 찾은 2040세대였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대선 후보로 부상하고 ‘안철수 현상’을 낳은 기저에는 정치권에 대한 불신과 분노가 응집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민의 정치적 참여는 세상을 바꾸기 시작했다. 정부는 그간 반대하던 0~4세 무상보육을 수용했고 고용·주거안정 등 민생대책도 준비하고 있다. 투표가 이끌어낸 힘이다. 정당 혁신의 필요성도 자극했다.

정치와 세상을 바꾼 2040세대의 선택은 총선·대선이 있는 새해에도 주목받고 있다. 민주주의는 시민들의 정치적 각성과 참여에 의해 획득되는 것임을 확인한 한 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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