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 대항마로 손수조 전 주례여고 총학생회장을 결정했다.

19대 총선 최대 관심 지역구 중 하나인 문재인 이사장이 출마하는 곳에 27세의 ‘정치신인’을 공천한 셈이다. 3월 5일자 조간신문은 설동근 전 교육과학기술부 차관을 내정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지만, 돌고 돌아 ‘손수조’ 후보로 결정됐다.

손수조 후보는 중앙정치에서는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무명 정치인이다. 실제로 내세울 수 있는 정치경험도 거의 없다. 여고 총학생회장을 지냈고, 언론 홍보회사에 근무한 경험이 그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올린 자기소개 내용이다.

흥미로운 대목은 조선일보 보도의 흐름이다. 조선일보는 2월 15일자 14면에 <문재인 이사장 독주에 새누리당 대항마 고민>이라는 기사를 올렸다. 그러더니 조선일보는 3일 뒤인 2월 18일자 11면에 <월급 모은 3천만원으로 정치실험 나선 27세 여성>이라는 제목으로 ‘손수조 띄우기’에 나섰다.

조선일보 2월18일자 11면

 조선일보는 2월 24일자 5면에 <정홍원 새누리 공천위원장 “손수조에 감명”>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정홍원 공직후보자추천위원장이 특정 지역 특정 후보에게 감명을 받았다는 내용은 새누리당 공추위의 중립성을 의심할만한 발언이지만 이를 기사 제목으로 뽑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벗’이자 범야권의 유력한 대선주자로 꼽히는 문재인 이사장에 맞설 인물로 새누리당이 손수조 후보를 내세운 이유는 무엇일까. 여기에 새누리당의 부산 지역 총선 전략이 담겨 있다.

새누리당 입장에서는 지더라도 위험부담을 최소화하고 이기면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카드이기 때문이다. 문재인 후보가 패배한다면 20대 정치신인에게도 패하면서 무슨 대선 주자인가라는 비판을 할 수 있고, 문재인 후보가 이기면 20대 정치신인에게 이겨놓고 무슨 호들갑이냐는 지적을 할 수 있다는 얘기다.

문제는 새누리당의 부산 사상구 공천 문제가 부산 민심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 지켜봐야 한다는 점이다. 조선일보 2월 24일자 5면에는 이런 내용도 실렸다.

“‘질 것이 뻔한 후보를 내보내는 것은 선거에서 있을 수 없는 일’ ‘부산 시민들 사이에 새누리당이 자신들을 우습게 보는 것 아니냐는 반감이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새누리당 역시 이런 지적이 나올 수도 있다는 점을 모를 리 없다. 그러나 언론이 "이미지 포장"을 해준다면면 ‘손수조 카드’는 충분히 선택할 수 있는 카드라는 계산을 할 수도 있다. 분명한 점은 새누리당 입장에서 손수조 후보가 최선의 인물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조선일보 2월24일자 5면


실제로 부산 사상구 현역 국회의원인 장재원 의원은 손수조 후보가 물망에 오르자 우려 섞인 반응을 보인 바 있다. 부산 사상구에는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낸 친이명박계 김대식 후보도 있었지만, 새누리당은 20대 정치신인을 선택했다.

부산 사상구의 여권 지지층들은 “왜 손수조 후보를 뽑아야 하는가” “손수조 후보가 정말 지역을 대표할 정치인인가”라는 고민에 빠질 수도 있다.

부산 사상구가 내세울 수 있는 가장 뛰어난 정치인인지, 새누리당의 선거 전략에 따라 내세운 인물인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이 3월 5일 부산에서 단수공천을 확정한 곳은 사상구와 함께 ‘사하갑’이다. 새누리당은 사하갑 역시 중량감 있는 정치인 대신에 정치신인 문대성 후보를 공천했다. 태권도 선수 출신 문대성 후보는 ‘정치력’은 검증되지 않은 신인이다.

해당 지역에는 부산 사하갑에서 재선에 성공했던 엄호성 전 의원도 있었지만, 그는 공천을 받지 못했다. 엄호성 전 의원은 2004년 ‘탄핵 역풍’ 당시에도 열린우리당 후보에 맞서 한나라당 승리를 지켜냈고, 2008년 총선에서는 무소속으로 출마해 박빙의 승부를 펼칠 정도로 지역에서 경쟁력이 입증된 인물이었지만 태권도 선수 출신 문대성 후보에게 밀리고 말았다.

새누리당 문대성 후보는 민주통합당 부산광역시당위원장이자 노무현 전 대통령의 대표적인 부산 인맥인 최인호 전 대통령실 국내언론비서관과 맞대결을 펼치게 된다. 부산 사하갑의 최인호 민주통합당 후보는 부산에서 오랫동안 표밭을 갈아오던 인물로서 사하을의 조경태 의원과 함께 민주당 쪽에서 당선을 기대하는 인물 중 하나이다.

새누리당이 문재인-손수조, 최인호-문대성 맞대결을 선택한 것은 양날의 칼로 작용할 수 있다. 성공작이 된다면 범야권의 대선 레이스에도 타격을 입힐 수 있는 선택이지만, 중량감 있는 정치인들 대신에 의도적으로 ‘정치신인’들을 선택한 것이란 인식이 확산될 경우 부산 민심의 역풍을 자초할 선택일 수도 있다.

조선일보가 기사에 담았던 “부산 시민들 사이에 새누리당이 자신들을 우습게 보는 것 아니냐는 반감이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는 지적이 현실화될 가능성을 주목해야 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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