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대권을 향한 경쟁, 박정희의 진정한 계승자는 누구인가?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향수가 여전한 가운데 최근 여론조사 1~3위를 달리고 있는 소위 "빅3" 모두가 박정희 전 대통령과 깊은 인연을 맺고 있어 관심을 끌고있다. 그러다보니 정치권에서는 이들간의 경쟁 구도를 박정희 "적자"경쟁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故육영수 여사를 대신하여 6년간 퍼스트 레이디 대역을 맡은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 37세의 나이에 박정희에 의해 전남도지사로 발탁되어 승승장구 "행정의 달인" 칭호가 붙은 고건 전 대통령 권한대행, 경부고속도로 건설과 중동건설붐이라는 박정희의 경제 청사진을 야전에서 진두지휘한 이명박 서울시장.  

최근 한 일간지의 여론조사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이 57%로 역대 대통령 중 지지율 1위를 기록한 것 역시 이들간의 경쟁구도와 결코 무관하지 않다. 다소의 과장은 있겠으나 이들중 누군가가 "박정희의 계승자"로 완전히 자리매김할 경우 57%의 지지율을 확보하는 셈인 만큼 그 본격적인 경쟁이 이제부터 시작되었다고 보아야 한다.  

고건=청렴성, 박정희가 발탁한 "행정의 달인"

각종 여론조사 모두에 있어서 30%대의 안정적인 지지로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는 고건 전 대통령 권한대행. 그는 박정희 전 대통령 및 그 딸인 박근혜 대표와 묘한 인연을 맺고 있다.

62년 행시에 합격하여 내무부 사무관으로 공직생활을 시작한 그를 75년에 전남도지사로 발탁한 것은 바로 박정희 전 대통령이었다. 당시 고건의 나이는 37세이며, 공직생활을 시작한지 13년에 불과했다. 비록 관선이기는 하나 30대에 도지사를 맡긴다는 것은 세대교체 바람이 불고 있는 지금의 기준으로 볼 때도 대단히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뿐만 아니라 박정희 전 대통령이 10.26사태로 서거했을 당시에 청와대 정무2수석으로 있으면서 박정희의 서재를 직접 정리하여, 정부 보관문서와 개인 보관문서를 구별한 인연도 갖고 있다. 뿐만 아니라 박정희를 그림자 처럼 따라다니다보니 박근혜와 함께 차를 마시거나 테니스 경기를 한 추억도 간직하고 있다.

국민들이 고건을 바라보면서 가장 높이 평가하는 부분은 바로 청렴성이다. 고위직 인사들이 일종의 "통과의례" 치루듯이 겪은 그 흔한 재산 관련 구설수를 그는 한번도 경험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가족에 대한 관리가 철저하여 가족으로 인한 구설수도 거의 겪은 적이 없다. 다시말해 "치맛바람"이나 "빗나간 자식사랑"이 부각된 적이 없는 매우 드문 정치인 중 한사람인 것 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사실 지금 고건이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우리 한국 사회가 오랜 미덕으로 간직해온 "청렴하고 강직한" 선비 상을 그가 가장 이상적으로 담아내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가능하다. 심각한 "편가르기"와 당파성이 횡행하고 있는 요즘 세태에 있어서 그가 여야를 아우르는 후보로 거론되는 것 역시 이와 무관하지 않다.  

고건과 자주 만나는 인사들의 스펙트럼을 보면 그 폭이 매우 넓다. 신계륜 의원, 박병석 의원 등은 그가 민주당 당적으로 서울시장으로 재직하던 당시에 정무부시장으로 함께 일했던 인사들이다. 특히, 신계륜 의원의 경우 지난달 31일 청와대 주최 여당의원 만찬도 뿌리치며 고건 전 대행과의 선약을 지켰다는 후문이다. 이외에 한나라당 김기춘 의원, 심대평 충남도지사, 최인기 민주당 의원 등도 그와 자주 만나는 인사들이다.

한번도 하기 어려운 국무총리와 서울시장을 각기 다른 정권에서 두번이나 한 그의 특이한 이력은 그가 갖고 있는 청렴성과 포용력이 아니고는 불가능한 것이다. 비록, 이것이 무색무취한 그의 행보로 인한 것이라 할지라도 고건이 그를 임명한 임명권자 및 그와 함께 일했던 동역자들에게 확실한 신뢰감을 심어주지 않았다면 결코 이루지 못했을 것이다.

박근혜=인간미, 안정감과 인내심이 가져오는 화합의 메시지  

한때 한나라당을 벗어나 독자행보를 보였던 박근혜 대표가 홀홀단신으로 재입당하였을 때만 하더라도 그녀의 정치적 재기를 점치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여성의 몸으로 자신의 계파를 거느리지도 못한 정치인이 거대정당 한나라당에 발을 붙인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인식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박근혜가 지금은 당당한 제1야당의 대표로 선출되어 레임덕 상태에 빠진 노무현 정권의 연정 파트너로 지목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그야말로 격세지감에 해당되는 대약진이 아닐 수 없다. 뿐만 아니라 당내에서는 벌써 오래전부터 "대세론"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즉, 그녀의 아성에 도전할 세력이 아직은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무엇이 박근혜를 이토록 빨리 중앙정치의 강자로 부상하도록 만든 것일까? 그 열쇠는 박근혜가 갖고 있는 안정감과 인내심에서 찾아야 한다. 육영수 여사 서거 이후 6년간 퍼스트 레이디역을 맡았던 1974~79년은 그야말로 대한민국의 격동기에 해당된다. 유신독재 반대투쟁, 김대중 납치사건으로 불거진 미국의 인권개선 압력, 차지철과 김재규의 권력투쟁과 이로 인한 박정희의 암살 등을 지켜보면서 인내심과 절제력을 키운 것이 현재의 박근혜를 있게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박대표를 지근 거리에서 돕는 한 당직자는 그녀에 대해 "너무 신중하고 과묵하여 답답할 때가 많다. 그러나, 꼭 필요한 시점에 꼭 필요한 말을 하는 그녀를 보며 놀랄 때가 더 많다"고 고백했다. 보수의 본산이라 할 수 있는 한나라당 대표인 그녀가 김정일 위원장을 만나고, 김대중 전 대통령을 방문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당내외에서 이에 대해 반발하거나 폄하하는 목소리는 그리 크지 않다.

현재 여의도 정가에서는 "박근혜 역할론"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즉, 이러한 안정감과 인내심을 갖고 있는 그녀야말로 "킹메이커"로서의 최고의 요건을 갖추었다는 점이다. 실제로 최근 실시된 여론조사를 볼 때 그녀의 "킹메이커"로서의 파괴력은 충분히 입증된 것이나 다름없다. 즉, 고건이건 이명박이건 손학규이건 박근혜와 연대만 하면 무난하게 당선권에 진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박근혜 대표의 향후 행보는 차기 대권구도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그토록 아버지를 자랑스러워하는 그녀가 만일 고건이나 이명박을 "박정희의 후계자"로 인식한다면 스스로 킹메이커를 자처하여 아버지의 뜻을 이어나가는데에 힘을 보탤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 누구로부터도 그러한 확신을 갖지 못할 때에는 자신이 직접 나서서 그 일을 추진하려 할 것으로 분석된다.

바로 이러한 점 때문에 현재 고건-이명박-손학규 어느 쪽에서도 박근혜 대표에 대해 노골적인 라이벌 의식을 드러내거나 강도높은 비판의 화살을 퍼붓는 것을 최대한 자제할 수 밖에 없다. 굳이 그녀를 적으로 돌림으로써 정치적 낭패를 당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것보다는 그녀와 협력하는 모양새를 유지함으로써 스스로가 내세우는 "박정희 후계자"로서의 이미지를 더욱 공고히 하는 쪽이 훨씬 더 유리할 것이다.

이명박=추진력, "불도저 시장"이 "제2의 한강의 기적"을 만든다

박정희의 경제적 업적을 이야기할 때 결코 뺄 수 없는 사람이 바로 이명박 서울시장이다. 현대건설 상무와 사장으로 있으면서 그가 국내외를 종횡무진 누비고 다니며 보여준 "산업발전 신화"야말로 박정희의 가장 큰 자랑이라 할 수 있다. 바로 이러한 점 때문에 그는 60세를 조금 넘은 나이에도 불구, 사실상 박정희 전 대통령의 동업자로서의 이미지를 갖고 있다.

서울시 대중교통종합체계 구축, 청계천 복원사업, 문화도시로서의 서울의 변신 등을 통해 대중들은 박정희의 이미지를 연상하게 된다. 왜냐하면 말만 무성할 뿐 실제로 이루어지는 것을 별로 느끼지 못하는 요즘 세태에 있어서 이명박 시장의 존재야말로 "가뭄 끝에 내리는 단비"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비록 불편하더라도 일단 한다고 했으면 확실하게 매듭을 짓고, 또한, 그것이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즉각 개선하고, 시민들을 설득하거나 참여시킬 부분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다가가고. 바로 이러한 경험들을 통해 서울시민들은 이명박 시장에 대해 새로운 평가를 내리기 시작하고 있다. 그리고 그 이면에 박정희 정권의 역동성에 대한 향수가 자리잡고 있음은 물론이다.

최근 여론조사에서의 이명박 시장의 약진은 정말로 놀라울 뿐이다. 어느새 박근혜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면서 이제 고건의 아성에 도전할 기세다. 뿐만 아니라 가장 복잡하면서 말도 많은 서울시의 살림을 책임지고 있으면서도 그는 서울시민으로부터 매우 후한 점수를 받고 있다. 최근 시민일보가 발표한 시정 만족도 조사에 따르면 그는 전국 평균을 크게 웃도는 수치로 합격점을 받았다.          

이와같은 이명박 열풍 속에는 "제2의 한강의 기적"을 바라는 서민들의 열정과 희망이 담겨있다. 그리고 이러한 심리적 변화는 "불도저 시장"으로서의 그의 이미지 조차 부정적인 것으로부터 긍정적인 것으로 바꿔나가고 있다. 즉, 이전에는 "불도저 시장"에 대해 비판의 화살이 가해졌다면 지금은 "불도저 시장"을 통해 또다른 변화를 모색하겠다는 희망을 찾으려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명박 시장에게는 안티세력이 늘 따라다닌다. 好不好가 분명한 그의 성격과 언행상 포용력이 다소 부족할 수 밖에 없으며, 오랜기간 기업의 CEO로 있다보니 대중 속을 파고드는 인간미 역시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바로 이러한 핸디캡으로 인해 이명박 시장 역시 박근혜 대표와의 연대 가능성을 외면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이처럼 이들 세명의 대권 선두주자들 모두 박정희 전 대통령의 일부분은 닮았지만 이것을 전체적인 이미지로 만들어가는에데는 일정한 한계를 갖고 있다. 바로 그러한 점 때문에 이들간의 합종연횡 시나리오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그렇다면 박정희의 적자를 자처할 수 있는 조합은 과연 무엇일까? 박근혜와 고건일까, 아니면 박근혜와 이명박일까? 그 추이를 지켜보는 것도 향후 대선판도를 가늠해볼 수 있는 중요한 열쇠가 될 것 같다.        

                                                                                   뉴스브레이크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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