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아침 9시경, 눈 내린 부산 범어사길을 걸었다.  2005년 이후 내린 춘설이라, 교통이 통제된 가운데, 하행길로 걸어 범어사로 향하는 발걸음이 가볍지는 않았다. 눈 쌓인 길 뽀득뽀득 유년 시절 기억을 떠올리며,  흠뻑 젖은 웃옷을 매만지며 범어로를 들어서 걸어가다 '요산 김정한 선생 비'가 눈에 들어왔다.

사진 한장 찍고, 5분여 비문을 읽어봤다. 이 고장 남산동 출신으로 범어사를 일대를 그린 '사하촌'이라는 소설로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선생이다.

그리고, '모래톱'이라는 소설도 우리에게 감흥을 주는 작품이다.  현재 남산동에는 김 선생을 그리는 문학관이 있다. 언젠가 김선주 전 한계레신문 논설위원이 쓴 책에서 김선생님에 대한 글을 읽었고, 그의 따님이 학교 동기라 쓴 글이 떠 올랐다,

우리 고장의 큰 어른이고 문학계의 거목인 김정한 추모비가 눈이 내려서인지 어딘지 쓸쓸하게 보인다. 누군가 '치적'을 위해 건립했을 추모비를 보며, 그들의 짓거리가 허망하다고 말하고 싶다. 당국이 따뜻한 마음으로 진정성 있는 관리를 해 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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