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방법원이 구속 피고인을 법정에 출석시키지 않은 채 벌금형을 선고하고도 석방 지휘를 하지 않았다가 “왜 재판을 하지 않느냐”는 항의를 받은 뒤에야 석방하고 또 그런 사실을 쉬쉬하면서 위로금과 벌금을 대납하고 항소포기 각서를 받아낸 사실이 드러났다. 2005년 3월 불구속 기소됐으나 이후 재판에 출석하지 않아 수배절차를 거쳐 5월28일 구속 수감된 40대 피고인에 대해 지법은 6월12일 궐석재판으로 400만원 벌금형을 선고했다. 형사소송법 제276, 286조의 피고인 출석권·진술권 묵살도 그렇지만 형 선고 이후에도 석방 명단을 검찰에 통보하지 않은 것은 더 큰 문제였다. 그 때문에 피고인은 7월13일 석방까지 31일간 구금돼 있어야 했다.

다른 곳도 아닌, 법원의 불법 구금이다. 그 법원의 문제가 거기서 그친 것도 아니다. 피고인이 석방 사흘 뒤 법원에 항의하는 진정서를 내자 법원 직원이 직접 찾아가 100만원의 ‘위로금’을 건네고, 새삼스러이 ‘구속 기간’을 감안해 남은 벌금 310만원을 대납했다고 한다. 중대한 인권침해 사안을 대법원에 보고하지도 않았으니, 결국 법원의 불법구금을 무마·은폐하려는 의도라고 짚을 수밖에 없다. 그러고도 재판부의 잘못을 제쳐두고 행정직원 징계만으로 사안을 마무리했다니 그 법원 어디에서 ‘법관의 양심’을 찾아야 할까.

더욱이 논란의 재판부 그 재판장이 20일 현지 건설업자 김상진씨로부터 의문의 돈 수천만원을 받은 혐의로 청구된 정윤재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의 구속영장에 대해 “수사 및 형사소송 절차에서는 무죄 추정 및 불구속 수사의 원칙이 가장 기본원칙이며 일정한 주거가 있고 증거인멸 우려가 없다”며 기각한 그 영장재판부였다는 사실은 차라리 한편 소극(笑劇)이다. 권부(權府) 인사의 비리 의혹과 관련한 영장재판에서는 인권을 강조하고, 그에 앞서 다른 본안 재판에서는 인권을 간과한 잘못을 두고 혹 행정 착오라고 한다면 그 또한 비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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