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夢誕 이 덕 진

컴퓨터 대리점을 하는 선배한테 한통의 컴퓨터 주문 전화가 걸려 왔다.
"아는 사람 소개 받고 전화 드렸는데요. 컴퓨터를 구입하고 싶은데 여기는 칠곡이고 서울에 6학년 딸아이가 할머니랑 같이 있는데 사정이 어려워서 새것은 못 사주고 중고라도 있으면.. 사주고 싶은데 가능할까 해서요.." 그녀는 통화 내내 말끝에 자신이 없었다.

"아 네 마침 얼마 전에 가지고 온 중고 가 있는데 성능도 좋은 것이 있습니다. 가격도 22만원 정도면 구입 할 수가 있을 것 같은데요" 라고 그녀에게 말했다.

그러자 그녀는 고맙다고 하면서 주소를 불러 주고 돈을 입금시키겠다고 했다. 입금을 확인하고 주소를 들고 설치 장소를 찾아 갔다. 주소지에 다다른 것 같은데 골목이 많아 찾기가 쉽지 않아 전화를 하자 할머니께서 받고는 다세대 건물 옆 귀퉁이 알루미늄 세시 문으로 오면 나와 있겠다고 했다.

그곳에 도착을 하자 할머니 한분이 손짓을 했다.고개를 숙여야만 들어갈 수 있는 문을 통해 들어가자 지방에서 아이엄마가 보내준 생활비로 겨우 꾸려나가는 살림임을 짐작하게 하였다. 집안에는 액세서리 조립하는 부품들이 널브러져 있는 모습이 방금까지 할머니가 조립을 하고 있다가 전화 받고 나온 거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컴퓨터 설치를 마치고 테스트를 하고 있는데 "끼이익.." 문 여는 소리가 들리더니 그녀의 딸이 들어 왔다. "어 컴퓨터다" 하며 동그란 눈을 크게 뜨고 함박웃음을 지으며 그에게 이것저것을 묻고는 어쩔 줄 몰라 했다. 그런 모습을 보던 할머니는 딸아이의 등을 토닥토닥 두드리며 말했다."너 공부 잘하라고 엄마가 사주는 거여 학원 다녀와서 해 알았지 어여 댕겨와...."  "네"
하며 아이는 후다닥~ 나갔다.

아이가 나가고 이상 없이 설치가 된 것을 확인하고 할머니에게 혹시 잘 안되면 연락을 하면 오겠노라고 하고 명함을 주고 그 집을 나왔다. 골목길을 지나고 대로변에 다다를 쯤 때 그녀의 아이가 버스 정류장에 서있었다.
"어디로 가니? 타 아저씨가 데려다 줄게...."
아이는 그를 보고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하계역이요~"
그는 자신이 가는 방향과 반대쪽 이지만 태워 주기로 했다. 집과 학원까지 거리가 너무 멀었다. 마을버스도 아니고 시내버스를 타야 할 정도였으니... 한 10분쯤 갔을 때 아이가 갑자기 화장실이 너무 급하다고 했다. "조금만 더 가면 되는데 ..." 라고 말하자 "아저씨 죄송한데 그냥 좀 세워 주세요."
아이는 무척 당황한 모습으로 말했다.

그래서 그는 아이가 큰일이 급한 것으로 생각하고 패스트푸드점 건물 앞에 차를 세웠다.
"아저씨 감사 합니다. 그리고 그냥 가세요..."
라고 말하고는 건물 안으로 사라졌다. 


/ 다음 편에 계속 됩니다.

 

저작권자 © 금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