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夢誕 이 덕 진

그는 이왕 여기까지 왔으니 기다리기로 하고 담배 한 대를 꺼냈고 라이터를 켜는 순간 보조석 시트에 검붉은 피가 묻어 있는 것이 보였다. 그는 순간적으로 그것이 아이의 첫 월경(초경)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어떤 여자든지 이미 경험한 생리라면 바지에 셀 정도로 두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과 거기에다 아이의 나이도 그렇고 당황하던 아이의 얼굴도 그것을 말해 주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담뱃재가 반이 타들어갈 정도로 속에서 "어쩌나~어쩌나~" 하고만 있었다. 생각은 더해서 아이의 바지는 어떻게 하지 그리고 당장 해결 할 수도 없을 텐데 ......핸드폰도 분명 없을 거고... 그런 생각이 그의 머릿속을 복잡하게 맴돌면서 우선 차에 비상등을 켜고 속옷가게를 찾았다. 주위를 아무리 둘러 봐도 속옷가게는 보이지 않았고 중앙선을 넘어 왔던 길로 되돌아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속옷가게를 찾았다.

뒤따르던 차들이 경적을 울려 되는 것에 아랑곳 하지 않고 양손으로 핸들을 잡은 체 고개를 쭉 빼고 운전을 했다. 갑자기 그는 그의 여동생이 6학년 때 초경을 했던 생각이 들었다. 되돌린 길 얼마 안가서 속옷가게를 찾았다.

그런데 무얼 어떻게 사야 하는지 몰랐다. 그래서 그는 아이엄마한테 전화를 할까 하다가 멀리 있는데 이런 이야기를 했다가는 마음만 아플 것 같아 자신의 아내에게 전화 했다. "여보 지금 어디야?" 라고 묻고는 자초지종을 설명을 했다. 그랬더니 그의 아내는 조금만 기다리면 그곳으로 가겠다고 했다.

그리고는 기다리는 동안 우선 약국에 가서 준비할 것을 일러 주었다. 그리고 가까운 곳에서 치마를 사서 가겠다고 했다. 잠시 후 그의 차 뒤에 택시가 멈추는 것이 백미러로 보였고 그의 아내가 도착을 했다. 그의 아내는 그가 사두었던 물건들을 주섬주섬 챙겨들고 그에게 물었다.
"어느 화장실이에요 ,,,그리고 애 이름은 뭐예요?"
"어? 화장실은 저기고 애 이름? ... 그건 모르겠는데.." 라고 말했다.
아내가 건물 화장실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 아이가 없으면 어떻게 하나 하고 조마조마 했다.

건물의 1층 화장실로 그의 아내가 들어갔다. 그의 아내가 들어간 화장실에는 모두 세칸의 화장실이 있었고 그 중에 한 칸의 문이 닫혀 있었다.
"얘...있니? 애기야... 아까 컴퓨터 아저씨....부인...아니 언니야...."
그의 아내는 조심스럽게 아이를 불렀다.
"네.." 한참 후 아이가 울음 끝 목소리로 닫혀 있던 문 뒤에서 들려왔다.
아이는 그때까지 그 안에서 낑낑대며 혼자 울고 있었다.

다른 평범한 가정이었다면 축하 받았어야 할 일을 그 아이는 화장실에서 두려움과 외로움에 서럽게 울고 있었던 것이었다. 차에서 초초하게 기다리던 그에게 그의 아내로부터 문자 메시지가 왔다. "5분 정도 걸릴거에요. 어디서 꽃다발 좀 사와요.."  혼자 그 좁은 곳에서 어린애가 얼마나 외롭고 힘들었을까 생각을 하며 주변에서 꽃을 샀다.

얼마가 지났을까 건물 밖으로 그의 아내와 아이가 나왔다. 나오는 아이의 눈이 퉁퉁 부어있었다. 그리고 그의 아내의 얼굴에도 눈물자국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멋쩍게 서 있던 그가 아이에게 꽃다발을 주면서 축하한다고 말하자 아이는 쑥스러워하며 꽃다발을 받으며 고맙다는 말 대신 눈물고인 미소를 보내 주었다.

그와 그의 아내가 아이와 패밀리레스토랑 가서 저녁이라도 먹이려고 했는데 아이가 그냥 집에 가고 싶다고 해서 집에다 데려다 주고 그의 아내를 태우고 용산의 그의 상가로 향했다..
"여보 수고 했어..."
그의 아내가 차에 타자 말했다.
"내가 뭘요 당신이 더 수고 했네요..그런데 그건 어떻게 알았어요.?"
"뭐.. 아 그거 예전에 내 여동생도 그런 적이 있거든 ..."
그는 그렇게 말하고는 그 아이의 엄마가 지방에서 전화가 와서 컴퓨터를 설치해 준 이야기를 해 주었다.
그러자 그의 아내가 말했다.
"그 컴퓨터 얼마에 팔았어요?" "22만원" "그럼 얼마 남아요?"
"음 요번에 다른데 물건 들어가면서 그냥 가져 온 건데..."
"그냥 가지고 왔으면 22만원 다 남은 거네....."
"아니지... 물건 값에서 10만원 깍아 주고 가져 왔으니 10만원 남은거지 뭐.."
라고 이야기 하자 그의 아내가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여보 그 10만원 남은 거 그 집에 다시 갔다 줘요 계산이 잘못되었다고 하고 ..."

그는 그의 아내의 말을 듣고 무엇인가에 홀린 기분으로 핸들을 돌렸다. 그리고 그 아이의 집에 가서 아이의 할머니에게 10만원을 돌려주었다. 그리고 돌아서 나오는데 컴퓨터를 하고 있는 아이의 깔깔대는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아이의 집을 나와서 그가 차에 오르자 그의 아내가 핸들위에 있는 그의 손을 꼭 잡아 주었다. 그날 밤 상가를 정리하고 문을 닫으려고 할 때, 아이의 엄마로부터 전화가 왔다.
"네...여기 칠곡인데요...컴퓨터 구입한......."
"아... 네"
그 아이의 엄마는 이 첫마디 외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수화기 넘어 감사하다는 눈물을 흘리고 있는 것이 귓전을 타고 흐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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