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대운하는 모든 절차를 밟아 추진하겠다”며 “착공까지 취임 후 1년은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이경숙 위원장이 전한 말이다. 이위원장은 언론 보도를 보면 여론 수렴도 안 하고 운하가 추진되는 것 같은 인상을 줄 수 있어 당선인의 말을 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당선인이 운하를 졸속으로 밀어붙이지 않는다고 했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위원장의 이런 인식은 핵심을 잘못 짚은 것이다. 이 당선인이 ‘1년 뒤 착공’이라고 한 것은 속도 조절의 의미가 아니라, 내년 초 착공 의지를 재삼 확인해준 말이다. 만약 걱정을 덜어주려면 “운하 추진 여부를 결정하는 데 1년은 걸릴 것”이라고 했어야 한다.

절차와 관련된 언급도 그렇다. 진정으로 모든 절차를 밟으려면 사업타당성에 대한 객관적 평가부터 받아야 한다. 정치적 치우침이 없는 전문가들로 하여금 경제성, 기술적 타당성, 문화재 훼손문제 등에 대해 정밀조사를 하도록 하고 이 결과를 놓고 공감대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그런데 경부운하는 말만 요란했지 추진하는 쪽에서 공식적으로 사업설계안을 내놓은 적이 없다. 조령산맥을 운하로 연결하려면 배를 산으로 보내든지, 산속에 물 흐르는 터널을 뚫든지 해야 할 텐데 어떻게 한다는 것인지 지금도 오리무중이다. 그런데도 장석효 한반도대운하 TF팀장은 “운하는 100% 추진될 것이며 이미 착수했다고 봐도 된다”고 말했다. 이게 밀어붙이기 아니면 무엇이란 말인가.

미리 결론을 내려놓고 모든 절차를 밟겠다는 것은 앞뒤가 안맞는 말이다. 결국 ‘일방적 요식 절차’를 밟아 추진하겠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 요식 절차만 밟아도 ‘1년 뒤 착공, 임기 내 완공’은 불가능에 가깝다. 경부운하 같은 대규모 개발사업은 문화재 조사에 이어 사전환경성 검토, 환경영향평가를 받아야 하고, 사전환경성 검토는 사계절 영향평가를 측정해야 하는 만큼 여기에만 1년6개월은 족히 걸리기 때문이다. 이 모든 것을 특별법을 제정해 한꺼번에 뛰어넘으려 하면서 ‘모든 절차’ 운운하는 것은 국민을 호도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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