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夢誕 이 덕 진
"변호사님 이번에도 절도 사건인데 수임할까요?"
문을 열면서 들어오는 사무장이 웃으며 필자와 있는 선배를 보며 말했다.
"피의자가 몇 살이에요??"
"대학생인데 요번이 처음이라는데요?"
"그래요 수임 하세요.. 그리고 내일 까지 사건기록 열람해서 갖다 주시구요"
필자는 그런 둘의 모습을 보며 둘 사이에 왠지 모를 이야기 꺼리가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형... 이번에도 절도 사건이라니...? 형은 절도사건만 변호해요?"
"아니... 내가 왜 절도사건만 변호 하냐.. 다른 것도 하지" 필자의 질문을 받은 선배는 웃으며 대답했다.

"뭔가 분명히 있어 있지? 빨리 불어 뭐야...? 그렇지 않으면 왜 사무장님이 웃으면서 절도 사건이라고 말하고 형은 지대한 관심을 보이는 거야.... 내 눈은 못 속여 좋은 말로 할 때 부는 게 좋을 걸 ......" 필자가 선배를 쏘아보며 말했다.

"하하하... 있긴 뭐가 있어 아무것도 없어.." 선배는 큰소리로 웃으며 필자와의 눈을 피해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어...! 이봐 확실히 뭐가 있어 ..... 그렇지 않으면 내 눈을 피할 이유가 없어 빨리 말해 무슨 일인데?" 필자가 다그치며 말하자 선배는 엷은 웃음을 입가에 담고 말했다.

"야 이거 작가 눈이 어떻게 검사들 눈 보다 더 예리하냐?"
"내가 그럴 줄 알았어.... 뭔가 있지 잠깐! 지금부터는 인터뷰야 녹음 좀 하고" 필자가 안주머니에서 소형 녹음기를 꺼내며 말하자 선배는 손사래를 치기 시작했다.

"야 느닷없이 뭔 인터뷰야 .."
"그래? 싫음 말고 그럼 뭐 형수님한테 마이너스 통장 만들어서 주식으로 왕창 날렸다고 말하면 되지 형네 집 전화번호 그대로 던데?"
"이거 제대로 걸렸네... 알았어 알았어 나가자 밥이나 먹으면서 이야기하자"
그는 얼마 전 회식 자리에서 공소시효에 관한 이야기를 하다가 얼떨결에 자신이 저지른 자전거 절도사건에 대해서 말했고 그것이 화제가 된 것이라고 했다.

법과대학 2학년 가을이 되면서부터 그는 법전에다가 기본서, 판례, 예규, 선례, 조례, 관습, 기타 등등을 읽고 쓰고 듣는 공부가 버거워지기 시작했다. 나름대로 시골 동네에서는 곧잘 공부를 한다는 말을 들었던 그에게도 법공부가 그리 쉽지만은 않았던 것이다.

그렇게 공부가 나태해질 때 쯤 인천에서 대학을 다니는 고등학교 동창으로부터 하숙집으로 전화가 걸려 왔다.
"야 뭐 하냐? 지금 인천으로 내려 와라 내가 우리학교 예쁜 여학생 소개시켜 줄께..."
"지금?"
"어.. 왜 시간 안돼?"
"아니 그게 아니고 향토 장학금 받으려면 한 1주일은 더 있어야 하는데..."
"얌마 걱정 말고 이 엉아만 믿고 전철타고 오기나 해"
"정말?"
"그래 정말... 그럼 오는 거다 9시 까지 인천역 시계 탑 앞으로 와"
"알았어.."


 

/ 다음 편에 계속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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