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夢誕 이 덕 진

"우리가~"하며 외칠 때마다 들려오는 "남이가~"라는 소리와 누군가 또 "우리가~" 라고 했을 때 술잔을 부딪히며 "남이가~"라고 외칠 때면 지금까지 의미 없이 ~~위하여 하면서 건배를 들던 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또한 건배를 할 적마다 혼자라는 생각이나 외롭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남이 아닌 누군가가 우리라는 울타리 안에서 우리라고 하며 함께 있어 준다고 생각하니 새로운 가족을 만난 느낌으로 든든한 마음이 생겼다.

결국 결속력과 친근감이 저절로 생기는 우리가(歌)의 매력에 취했고 외칠 때마다 마신 술에 취했다.
"형님 속 괜찮으신가요? 어제 술 많이 하셨는데..."
"어... 재영이 구나 나 어제 우리가(歌)에 완전히 취했다."
"하하하 .. 형님도 그 노래에 매료 되셨군요!"
"어 그거 들으면 들을수록 좋은 말이더라..."
“그렇죠! 근데 형님 그 말이 어떻게 유래가 된 줄 아세요??”
“그래 안 그래도 그게 궁금했는데 잘 됐다.”

재영이가 다니던 전 직장의 김 이사는 대학 동창회 모임에서 학창시절 절친했던 친구를 만났다. 동창회 장소에 외제차를 몰고 참석 할 만큼 건설업을 해서 돈을 많이 벌어 잘 나간다는 소리를 듣고 있는 친구여서 반갑기도 하고 사업수완을 배워볼 겸해서 가까이 하려 했는데 오히려 그 친구가 김 이사를 반갑게 맞아 주어 내심 흐뭇했다.

며칠 후 김 이사에게 그 친구로부터 전화가 걸려 왔다.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려고 하는데 투자 할 생각이 없느냐며 걸려온 전화였다. 그렇지 않아도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찾으려 하던 김 이사는 그 친구의 권유에 투자를 했고 시간이 흘러도 연락이 없는 친구를 찾아 나섰다.

그런데 그 친구를 찾아다니면서 자신이 그 친구에게 사기를 당한 것을 알게 되었다. 그 친구는 잘 나가는 건설업이 부도가 나서 지금은 하청업체 사장에게 부탁해 운전기사 일을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동창회 장소에 몰고 나온 차도 그의 차가 아닌 운전기사로 일을 하면서 몰고 다니는 차였던 것이다.

김 이사는 수소문 끝에 그 친구의 집을 알게 되었고 자신을 속인 괘씸함에 분을 억누르며 집을 찾아갔다. 시내 변두리 비닐하우스를 개조해서 만든 동네에 사람 한명이 겨우 지나다닐 수 있는 비좁은 골목을 지나 그 친구의 집을 찾아냈다. 허름한 비닐을 들추고 들어서자 그 친구의 아이들이 김 이사를 보며 인사를 했다.
그 중에 한명은 얼굴에 핏기가 없는 병색이 짖은 얼굴을 하고 누워 있었다.

“아빠는 어디 갔니?”
“아빠는 일 하러 가셨는데요..”
“그런데 너는 어디 아프니?”
“형은 매일 병원에 다녔어요. 얼마 전에 아빠친구 분이 병원비를 주어서 수술을 하긴 했지만요”

옆에 있는 작은 녀석이 형을 대신해서 말을 했다. 김 이사는 친구의 아이들에게 먹을 것과 쌀을 사주고 나오면서 쪽지를 남겼다.

‘이 사람아 아이가 아파서 수술비가 필요하다고 하면 될 일을 우리가 남인가 이 딱한 사람아....’ 그리고 며칠 후 그 친구로부터 전화가 왔다. 사업이 부도가 난 이후 모든 사람이 남으로 보였는데 김 이사가 남긴 쪽지를 보고 생각을 바꾸었노라고.....

현실에서 우리는 분명 남이다. 그렇지만 우리는 남이 되고 싶지 않기에 이 이야기를 듣고 우리가(歌)를 외친다는 것이다. 이 노래를 하다보면 최면에 걸린 것처럼 함께하고 있는 사람들이 남처럼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그들을 배려하는 마음이 생긴다. 지금까지 우리는 ~~을 위하여 라고 외치는 이기주의를 갈망해 왔던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는 모든 사람들이 우리라는 생각을 갖게 만드는 우리가(歌)가 사람들의 입에서 불리어지기를 열망해본다. 그렇게 되면 세상은 살만해 질 것이다. 우리는 남이 아니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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