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를 끄고 씁니다
양영희 지음
인예니 옮김
마음산책'

북송 ‘귀국선’에 오른 오빠들과 생이별인줄 모르고 배웅을 나갔던, 흑백 사진 속 치마저고리 차림의 소녀. 아들 셋을 북에 바친 조총련계 부모와 평양의 오빠들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찍어온 양영희 감독의 7세 때 모습이다.

이 책의 그의 에세이집이다. 오사카의 조선인 부락에서 자란 그는 북한 선전물로 가득한 집이 갑갑했단다. 북에 적응 못 한 큰오빠가 마음의 병을 앓고 죽어가는데도 “자손들을 혁명가로 키우는 것이 남은 과업”이라 말하는 아버지를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 부모 가슴 속에 사무친 후회가 있다는 걸 알게 된 건, 1995년부터 가족 이야기를 캠코더에 담게 되면서. 10년 만에 완성한 첫 다큐 ‘디어 평양’이 해외영화제에서 주목받은 뒤 방북 금지령이 내렸지만 굴하지 않고 2009년 두 번째 다큐 ‘굿바이, 평양’을 선보였다. 최근 개봉한 ‘수프와 이데올로기’에서는 홀로 된 노모가 뒤늦게 처음 꺼낸 제주 4‧3의 참혹한 이야기를 담았다.

책에는 '어머니'를 넘어, 역사의 격랑 속에 어떻게든 살아보려 발버둥친 한 여성을 비로소 헤아리게 된 딸의 심정이 오롯이 실렸다. 저자는 그토록 원망했던 부모를 이해하게 만든 것이 마주 앉아 밥 먹으며 대화하길 포기하지 않은 시간들이라고 고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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