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감독해야할 구청은 제재 대신 '업체 구하기 힘들다'며 두둔

부산 금정구 생활폐기물 처리업체 2곳, '교육환경보호구역' 내에서 운영
담당 교육청, 작업 허가 심의 등 관련 사항 검토 중

부산의 한 고등학교 인근 교육환경보호구역에서 운영 중인 생활폐기물 처리업체. 송호재 기자
부산의 한 고등학교 인근 교육환경보호구역에서 운영 중인 생활폐기물 처리업체. 송호재 기자

부산의 한 지역 생활폐기물 처리 대행업체들이 폐기물 처리 작업을 할 수 없는 '교육환경보호구역'에서 사업장을 운영하고 있다. 해당 구청은 이를 알면서도 새 사업자나 대체 부지를 찾기 어렵다며 오히려 업체 입장을 대변해 논란을 사고 있다. 고 27일 노컷뉴스 송호재기자가 보도했다.

◇ 고등학교에서 불과 50m 떨어진 '교육환경보호구역'에서 폐기물 적환
 부산 금정구의 한 고등학교 앞. 왕복 2차선 도로를 사이에 둔 길가에 철제 펜스가 길게 늘어서 있었다. 울타리 너머 공터에는 금정구청의 슬로건이 적힌 폐기물 운반 차량이 나란히 세워져 있었다.

이곳은 금정지역 생활폐기물 수집과 운반 업무를 대행하는 A업체의 차고지와 적환 시설이다. A업체는 20여 년 전부터 담당 지역에서 수집한 생활폐기물을 이곳에서 옮겨 싣고 있다.

확인 결과 이 작업장은 인근 고등학교 경계 지점과 불과 50m 남짓 떨어진 곳으로, 교육 당국이 지정한 '교육환경보호구역'에 포함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교육환경보호구역이란 교육시설의 학습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곳으로, 학교 경계로부터 200m 범위에 지정한다. 이 구역에서는 환경과 관련한 여러 행위가 금지되는데, 폐기물관리법에 따라 폐기물처리시설 역시 운영이 불가능한 시설로 분류된다.

부산의 한 고등학교 인근 교육환경보호구역에서 운영 중인 생활폐기물 처리업체. 송호재 기자A업체에서 200여 m 떨어진 곳에 있는 B업체 상황도 비슷했다. B업체 역시 금정지역 생활폐기물을 처리하는 위탁업체인데, 현재 운영 중인 적환장 부지 일부가 교육환경보호구역에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B업체는 보호구역에 포함된 부지는 차량을 세워두는 주차장으로만 사용하고, 보호구역에서 벗어난 공터에서 폐기물을 옮겨 싣는 작업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업체 운영 자체가 보호구역 안에서 이뤄지는 만큼 '꼼수' 운영이라는 비판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현재 A업체는 담당 교육지원청에 생활폐기물 처리 작업을 할 수 있게 해달라며 심의를 신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교육청은 교육환경보호위원회를 열어 해당 안건을 심의 중이다. B업체에 대해서도 문제 소지가 없는지 교육부에 질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동래교육지원청 관계자는 "교육환경보호구역에서는 원칙적으로 폐기물 관련 작업을 할 수 없는 것은 맞고, 심의를 거쳐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경우도 있다"며 "현재 해당 업체의 신청으로 심의를 진행 중이고, 보호구역에 일부 부지가 포함된 업체에 대해서도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 금정구청, 공개모집·입찰 과정에서 보호구역 포함 사실 알고도 오히려 업체 대변

금정구청은 지난해 위탁업체 공개입찰을 진행한 끝에 기존 대행사인 A업체를 위탁사로 재선정했다. 이 과정에서 A업체의 차고지와 적환장이 교육환경보호구역에 포함된 사실이 문제가 됐다.

구청은 제재 대신 A업체가 대체부지를 선정해 이전하는 것을 조건으로 내걸고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이전 계획 수립은커녕 제대로 된 대체부지조차 찾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금정구청이 A업체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모집 조건까지 변경했다는 의혹도 드러났다. 구청이 2021년에 공개한 '생활폐기물 수집·운반 대행 업체 모집 공고문'에는 '차고지와 임시이적장 등 이용이 관련 법령에 의거해 부적합할 경우 제한될 수 있다'는 조건이 명시돼 있다.

하지만 지난해 A업체가 참여한 공개입찰에서는 이 조건 대신 적환장이 부적합할 경우 '감점'한다는 심사 기준만 반영됐다. 결국 A업체는 이 기준에 따라 경쟁 과정에서 일부 감점을 받기는 했지만, 다른 문제없이 생활폐기물 처리 업무를 재위탁했다.

금정구청은 2020년 B업체를 선정하는 과정에서도 일부 부지가 교육환경보호시설에 포함된 사실을 알았지만, 마찬가지로 별다른 제재는 없었다. 오히려 작업 동선을 변경해 보호구역 밖에서 적환 작업을 하라며 꼼수를 조장한 것으로 파악됐다.

한편 이런 비판에 대해 금정구청은 현실적으로 새로운 생활폐기물 처리 업체나 대체 부지를 구하기 힘든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또 업체를 구하지 못해 폐기물 처리업무가 마비되면 피해가 더 클 것이라고 판단해 조건부로 계약을 맺었다고 해명했다.

부산 금정구청. 송호재 기자
부산 금정구청. 송호재 기자

 금정구 관계자는 "2019년 이전에는 처리 업체와 수의계약을 맺었기 때문에 이런 사실을 몰랐다가 선정방식을 공개모집과 공개입찰로 변경하는 과정에서 문제를 인지했다"며 "보호구역 문제로 모집 과정에서 고민이 많았던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이어 "만약 적정 업체를 찾지 못해 청소 업무를 원활하게 하지 못하게 될 경우에 피해가 크겠다고 판단했고, 결국 감점과 대체부지 확보 조건, 동선 변경 조건 등을 내걸게 된 것"이라며 "실제 A업체도 대체부지를 찾는 중이고, 후보지까지 정해 검토하는 등 함께 노력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출처: 부산노컷뉴스 기사 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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