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희 필 불이선란도(金正喜 筆 不二禪蘭圖)’. 문화재청 제공.
‘김정희 필 불이선란도(金正喜 筆 不二禪蘭圖)’. 문화재청 제공.

 추사 김정희(秋史 金正喜, 1786~1856)의 예술경지와 불교적 정신세계가 고스란히 담긴 ‘불이선란도(不二禪蘭圖)’가 국가지정문화재 보물로 지정됐다.고 문화재청이 8월24일 발표했다. 

 그외 ‘기장 고불사 영산회상도’, ‘파주 보광사 동종’, 석왕사 소장 ‘불조삼경’ 등 불교문화재 네 건을 국가지정문화재 보물로 지정했다. 이와 함께 보물 ‘이순신 유물 일괄’에 포함된 ‘이순신 장검’을 따로 국보로 승격 지정하고, 이순신 장군의 요대를 보관했던 ‘요대함’을 보물 ‘이순신 유물 일괄’에 추가했다.

‘불이선란도’는 추사 김정희의 마지막 난초 작품이다. ‘세한도’와 함께 그의 대표작 중 하나로 꼽힌다. ‘부작난도(不作蘭圖)’라고도 불리는 이 작품은 추사가 1850년대에 달준(達夋)이라는 인물에게 그려준 것이다.

화면 가운데 난초를 옅은 담묵으로 그리고, 그 주변 네 곳에 제발(題跋, 그림을 제작한 배경이나 감상평 등을 기록한 글)을 썼다. 제발은 여러 서체를 섞어 썼으며 글자 모양과 크기도 다르다.

‘불이선란도’라는 이름은 화면 윗부분 왼쪽에 쓴 제발에서 유래했다. 추사는 “난을 그리지 않은지 20년 만에 우연히 성준천을 그려냈네〔不作蘭畵二十年 偶然寫出性中天〕. 문을 걸어 닫고 찾고 또 찾은 곳, 이것이 바로 유마의 불이선이리라〔閉門覓覓尋尋處 此是維摩不二禪〕.”라고 쓰고, 그 오른쪽에 조금 작은 글씨로 “어떤 사람이 구실을 대라고 강요한다면 비야리성의 유마거사처럼 무언으로 이를 사양하겠다〔若有人强要爲口實, 又當以毘耶無言謝之〕.”라고 적었다. 이 제발은《유마경》 <불이법문품>에서 따온 것이다.

추사는 그림의 이치가 불교의 선과 통한다고 생각했는데, 오랜만에 그린 난초에서 화선일치(畵禪一致)의 경지를 불현듯 일궈냈고, 그 성취를 ‘불이선(不二禪)’에 비유한 것이다.

이 작품은 10대 때부터 묵란(墨蘭)을 즐겨 그린 추사가 난초는 서예의 필법으로, 즉 그림 그리는 법으로 그리는 것이 아니라 글씨 쓰는 법으로 그려야 한다는 자신의 이론을 보여준 작품이다.

난초 앞 오른쪽 제발에 “초서(草書)와 예서(隷書)의 이상한 글씨체로 (난을) 그렸으니 세상 사람들이 어찌 이를 이해하고 어찌 이를 좋아할 수 있으랴.”고 쓴 것에서 그것을 알 수 있다.

문화재위원회는 ‘불이선란도’를 “문인화의 이상을 추구했던 김정희의 예술적 경지와 일체의 분별심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불교적인 정신세계가 조화를 이룬 작품”으로 평가하고, “19세기 문화사를 상징하는 김정희의 학문과 예술 세계를 종합적으로 대변하는 작품으로 높은 예술적·학술적 의의를 지니고 있다.”고 보물 지정 이유를 밝혔다.

 

 

저작권자 © 금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