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불법행위 저지른 데 대한 배상 의무 있어"

지난 2021년 법정에 나온 오거돈 전 부산시장. 
지난 2021년 법정에 나온 오거돈 전 부산시장. 

부하 직원을 강제 추행해 징역 3년형이 확정된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피해자에게 5천만원을 지급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부산지법 민사9부(신형철 부장판사)는 13일 피해자 A씨가 오 전 시장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선고 공판에서 "오 전 시장이 A씨에게 5천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부산지법에 따르면 A씨는 오 전 시장으로부터 강제추행을 당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 상해를 입었다며 손해배상금 30억원을 청구했다.
 
오 전 시장은 2020년 부하 직원이던 A씨를 집무실에서 강제 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과 항소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은 뒤, 상고를 포기해 형이 확정됐다.
 
그는 형사재판에서 잘못을 모두 인정하며 피해자에게 사죄 의사를 밝혔지만, 민사재판에서는 돌연 A씨 측에 책임을 돌리는 듯한 의견서를 제출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오 전 시장 측은 재판부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순간적, 충동적으로 발생했다"거나 "추행 의사가 있었다면 집무실이 아닌 다른 장소를 택했을 것"이라는 등 주장을 펼쳤다.
 
재판부는 우선 오 전 시장이 A씨에게 불법행위를 저질렀으므로, 이로 인해 A씨가 입은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봤다.
 
위자료 액수는 오 전 시장의 범행 경위나 횟수, 내용과 죄질, 형사재판 진행 경과와 불법행위 이후의 정황, 범행 당시 A씨와 오 전 시장의 지위와 연령, A씨가 입은 정신적 고통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5천만원으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판결은 우리나라에 권력형 성범죄에 대한 손해배상 판례가 많지 않다는 점에서 일종의 판단 기준이 될 전망이다.
 
부하 직원을 상대로 한 성범죄로 유죄가 확정된 안희정 전 충남지사도 피해자 측이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다.
 
안 전 지사는 지난달 열린 변론기일에서 "형사 사건 유죄 판결은 손해배상 소송에서 하나의 증거에 불과하다"며 배상 책임을 부인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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