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정해년(丁亥年) 새해가 밝아오고 있다. `‘황금돼지의 해’라 해서 `대길(大吉)하다고 법석이지만, 정국 기상은 온통 희뿌옇다.

정치권 최대 이벤트인 대통령 선거가 연말로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대선정국의 해다.

모든 정파의 눈과 귀, 촉수가 온통 대선에 집중돼 있고, 이들의 시선 또한 한결같이 12월19일에 맞춰져 있다.

여론조사 1, 2위를 달리고 있는 대선주자를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10년만의 정권교체를 꿈꾸며 살얼음판 걷듯 하고 있는 한나라당으로서는 대선 때까지 `‘단일대오’를 유지할 수 있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반면, 현재로선 의미있는 후보가 별반 없는 여당은 `‘백마탄 기사’의 출현과 반(反)한나라당 통합 전선 구축 여부에 온 신경이 쏠려 있다.

지금의 판이 그대로 갈 것 인지, 지난 2002년 대선과 5·31 서울시장 선거때와 같이 롤러코스터 같은 변화무쌍함이 또 연출될 지도 관심이다.

◆이명박-박근혜 불꽃경쟁 지속되나=한나라당 후보 자리를 놓고 벌써부터 불꽃 경쟁에 돌입한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 두 사람의 한판 승부는 가히 `‘본선’에 버금가는 열기를 내뿜을 것으로 보인다.

지지율 40%를 넘나들며 압도적 우세를 보이고 있는 이 전 시장과 흔들리지 않는 20%대 지지율을 보이면서 헌정사상 첫 여성대통령에 도전하는 박 전 대표가 끝까지 경쟁을 벌일 것인지, 당내 경선의 세불리를 실감한 한 측이 포기 또는 이탈할 지가 금년 대선정국의 최대 관전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여기에 “당신은 한나라당 보다는 우리 쪽이 더 어울린다”며 범여권의 끈질긴 구애를 받고 있는 손학규 전 경기지사의 `‘저평가 우량주’ 행보 역시 판의 변수가 되기에 충분하다.

후보 경선 국면에서 당내의 `줄서기 행태와 아직도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이회창 전 총재의 역할론을 둘러싼 당내 갈등 역시 주시해야 할 대목이다.

그러나 정국의 혼돈은 여권에서 시작될 것이라는데 정치전문가들은 누구도 이의를 달지 않는다.

◆고건-정운찬 합류 여부 주목=여당 사상 최악의 지지율인 10%를 오르내리는 열린우리당. 때문에 예비 대선후보 가운데 단 한명도 의미있는 지지율을 보이지 않고 있는 여당은 정초부터 `정계개편의 높은 파고와 맞닥뜨려야 한다.

특히 오는 2월14일 치러질 전당대회를 전후한 ‘신당파’와 `‘사수파’간의 신경전과 줄다리기는 분당(分黨)의 전주곡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무성하다. “춘삼월에는 열린우리당을 허물고 새로운 집을 지어야 한다”며 정계개편에 속도를 내려는 신당파와 “삼복을 넘긴 후 범여권 통합작업에 나서는 게 139석 여당의 자존심을 살리는 길”이라는 사수파의 각기 다른 정국 셈법, 그리고 당내 대선주자들과 잠룡들의 엇갈린 이해는 여당의 향후 진로에 대한 불투명성을 한층 배가시킬 전망이다.

더욱이 이전 대통령과는 달리 대선정국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보이는 노무현 대통령의 의중, 그리고 `전통적 지지세력의 복원을 주창해온 김대중 전 대통령의 암묵적 행보 역시 여권 대선후보 결정과정에서 무시 못할 변수가 될 가능성이 크다. 범여권 후보 중 여론 지지율 3위로 가장 높게 나오고 있는 고 건 전 총리가 독자신당의 길을 택할지, 통합신당의 큰 울타리속으로 들어갈지 여부도 관심이다.

중도 진영을 포괄하는 새로운 대안 정치세력을 모색하고 있는 고 전 총리는 오는 3,4월께 신당 창당 작업을 마무리한다는 방침이지만, 이는 열린우리당 내부 사정과 직접적으로 연계돼 있을 뿐 아니라, 그에 대한 지지율의 견고성과도 맞물려 있어 과연 그가 정치적 결단력과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그 연계선상에서 최근 제3후보로 부상하고 있는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이 언제쯤 `고민의 종지부를 찍을 지도 관심거리다.

대통령 감이 아닌 것 같다고 몸을 낮추면서도 `나는 ‘decisive(결단력 있는)한 사람’이라며 정치적 상황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그가 적절한 타이밍에 새로운 비전이 담긴 캐치프레이즈를 들고 나설 경우 `판이 달라질 것이라고 기대하는 여권 인사들이 꽤 많다. 복잡한 대선 방정식과 형편없이 낮은 지지율에도 불구하고 여권내에서는 “내년 대선에서도 우리가 이긴다”고 주저함 없이 말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양대 정치세력의 명운을 건 한판 승부는 우리 사회에도 적잖은 긴장과 암운을 드리울 전망이다.

어느 때보다 치열할 것으로 전망되는 진보·보수 양 진영간의 이념 대결, 여전히 대선 승패의 방향키를 잡고 있는 지역구도, 부동산값 폭등과 갈수록 심화되는 양극화 속에서 우리 사회는 심각한 내적 분열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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