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던진 ‘지도부·친윤·중진 험지 출마 혹은 불출마’ 공식 제안에 지도부가 전혀 반응하지 않으면서 혁신위가 사실상 멈춰섰다.

익명을 원한 혁신위원은 3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혁신위 입장에서는 지도부의 반응이 있어야 다음 스텝을 밟을 수 있는데, 지도부가 움직이지 않으면서 ‘우리가 뭘 더 할 수 있겠냐’는 분위기가 있다”며 “그동안 활발했던 단체 대화방 논의도 이제는 거의 없다. 일부 혁신위원은 ‘조기해체 수순’이라는 생각도 하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인 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지도부·친윤·중진 험지 출마 혹은 불출마’ 혁신안을 지도부에 공식 요구하면서 “4일까지 답변을 달라”고 했다. 그러면서 인 위원장은 “혁신안을 제대로 추진하기 위해 공관위원장을 달라”고 하면서 “자리를 탐낸다”는 논란을 키웠다.

익명을 원한 당 최고위원은 통화에서 “인 위원장이 공관위원장 요구를 한 뒤부터 ‘지도부와 중진이 먼저 희생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던 일부 최고위원의 주장이 오히려 설득력을 잃게 됐다”고 토로했다. 지도부 소속 초선 의원도 “인 위원장의 공관위원장 요구로 그간 혁신위가 받은 긍정적인 점수도 다 까먹게 됐다”고 했다.

현재로선 4일 오전에 열리는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에서 혁신위 공식 제안이 채택될 가능성은 적다. 한 최고위원은 “간단한 보고가 이뤄진 뒤 김기현 대표가 ‘혁신위의 의견을 존중해 혁신안을 공관위에서 논의하도록 하겠다’는 원론적 답변만 할 것”이라고 했다.

이에 혁신위는 4일 오후 화상회의를 통해 차후 계획을 논의할 예정이다. 당내에서는 인 위원장이 조기 해체를 선언하면서 마지막 안건으로 ‘비상대책위원회 전환’을 지도부에 권고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여권 관계자는 “인 위원장 입장에서는 이대로 물러서면 자리에 연연한 사람으로 기억에 남을 수 있기 때문에 반전을 모색하려고 할 것”이라며 “하지만 혁신위 동력이 상당부분 떨어져서 반향이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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