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청문회 시기가 오면 국민들은 생각한다 "저 사람은 무슨 잘못을 저질렀을까?"
 
언제나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위장전입, 병역문제, 재산문제 등 이제는 국민모두가 국회의원의 질문을 꿰고 있다.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이 국무총리 후보자가 되면서 국민들은 `대한민국 최고 대학의 총장까지 지낸 사람이니까 뭔가 다르겠지`하는 희망을 가졌었다.
 
여기에 학자로 MB정부의 정책에 여러가지 반론을 제기하면서 좋은 인상을 심어 줬고, 민주당 쪽에서는 차기 대선 후보로 거론할 정도 였으니 기대는 더 커졌다.
 
지난 21일부터 이틀간 열린 정운찬 국무총리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서 기대는 보기좋게 깨졌다.
 
세종시나 4대강에 대해 기존과 다른 견해를 이야기하는 것은 학자의 입장이 아닌 국무총리의 입장으로 본다면 바뀔 수 있는 정책의 문제로 남겨두더라도 정 후보자 역시 병역기피, 탈세, 논문, 아들의 국적문제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했다.
 
모기업으로부터 1000만원이나 되는 용돈을 받는 것도 밝혀졌다.
 
정 후보자가 국무총리 후보자를 수락하면서 그동안의 자신의 견해와 다른 부분과 앞으로의 총리직을 수행할 때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을 것이다.
 
정작 자신이 살아온 삶은 청문회라는 고비를 쉽게 넘어 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청문회를 준비하는 동안 생각지도 못한 부분에서 나타나는 흠결에 놀랐을 것이다.
 
털어서 먼지 안나는 사람을 지도층으로 원하는 것이 잘못된 것일까?
 
미국 버락 오바마 정부가 출범하고 고위공무원의 반을 채우지 못했다. 검증절차가 그만큼 까다롭기 때문이다.
 
우선 후보자는 자신과 가족의 모든 것을 드러내야 하는 7쪽짜리 자기 신고서를 내야 한다.
 
여기에는 본인과 가족이 받은 50달러 이상의 선물 내역 뿐만아니라 이메일, 페이스북 등 온라인상에 문제가 될 만한 글을 공적이든 사적이든 남긴 적이 있는지 묻는 항목도 있다.
 
연방수사국(FBI)이 이 신고서를 토대로 몇 개월 또는 1년이 넘도록 뒷조사를 하고 나서야 의회에 그 명단을 넘길 수 있다.
 
미국은 이렇게 털어서 먼지가 안나는 사람을 찾고 있다.
 
우리나라가 공직자의 투명성을 어떤 기준에서 어느 정도 원하는 지 명확하지 않은 점은 분명히 존재한다.
 
이런 점을 명확히 한다면 한 개인의 인생이 국민 앞에서 무참히 까발려지는 일도 없을 것이고, 국회의원들의 같은 질문을 재방송 마냥 듣지 않아도 될 것이다.
 
김준규 검찰총장이 내정자로 발표된 날 아침 김 총장의 부인은 "그것 해서 뭐하느냐, 사퇴하자"고 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청문회를 거치는 동안 정 후보자 가족도 같은 마음이 아니었을까.
 
뉴스토마토 박진형 기자 pjinh@etomato.com

- Copyrights ⓒ 뉴스토마토 (www.newstomato.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저작권자 © 금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