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까치꽃 / 정일근

겨울 속에서 봄을 보려면
신도 경건하게 무릎 꿇어야 하리라
내 사는 은현리서 제일 먼저 피는 꽃
대한과 입춘 사이 봄까치꽃 피어
가난한 시인은 무릎 꿇고 꽃을 영접한다
양지바른 길가 까치 떼처럼 무리지어 앉아
저마다 보랏빛 꽃, 꽃 피워서
봄의 전령사는 뜨거운 소식 전하느니
까치가 숨어버린 찬바람 속에서
봄까치꽃 피어서 까치소리 자욱하다
콩알보다 더 작은 꽃은
기다리지 않는 사람에겐 보이지 않느니
보이지 않는 사람에겐 들리지 않느니
그 꽃 보려고 시인은 무릎 꿇고 돌아간 뒤
솔발산도 머리 숙여 꽃에 귀 대고
까치소리 오래 듣다 제 자리로 돌아간다
두툼한 외투에 쌓인 눈 툭툭 털고
봄이 산 135-31번지 초인종을 누르는 날 

                                                             시집 <착하게 낡은 것의 영혼> 2006년 시학

*봄까치꽃
쌍떡잎식물 통화식물목 현삼과의 두해살이풀로 봄소식을 먼저 알려주는 까치와 같다하여 이런 이름이 붙여졌다. 이꽃은 열매모양이 개불알 같이 생겼다고 하여 큰개불알풀이라는 이름으로 더 알려져 있다. 한자말로는 ‘땅비단’(地錦)으로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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