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령산의 밤은 낮보다 아름답다

거리에 지나치던 그 흔한 가로등, 교통체증으로 짜증을 버리고 가는 도로에서, 하늘 찌를듯한 고층 아파트, 산동네 창 밖으로 새어나온 불씨들.

일상적이고 보잘 것 없는 빛들이 모여 별빛을 만들어내 그어떤 고급 샹젤리에보다 화려하고 아름답다. 그래서 도심을 밝힌 불빛의 황홀감은 사람들의 마음을 한번 더 흥분시킨다.

그뿐이랴 도심 한가운데서 보기드문 황령산의 우거진 숲은 매연으로 찌든 사람들에게 신선한 청량제 역할을 하고 있다. 곳곳으로 이어진 등산로는 아침 저녁으로 사람들에게 산책의 기쁨을 선사하고 약수터에서 솟아나는 시원한 생수는 낙동강 오염에 따른 수돗물 걱정을 사라지게 한다. 겨울에 들어서면서 황령산에는 약수를 받으러오거나 등산을 하는 시람들의 발길이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



지금처럼 넓은 길이 나기전에는 이 황령산은 이름 그대로 거친 곳이었으나, 이 산위에 사람들이 많이 오르내리면서 자연 그대로 산의 맛을 도심속에 느낄 수 있다는 소문에 너도나도 이 황령산에 오른다. 지금도 아침 저녘으로 건강을 찾아 산에 오르는 사람말고도, 공휴일에는 1만여명이 황령산을 찾고 있다.

도심속의 휴식터로 친화력을 갖고, 사람들에게 건강과 자연 그대로의 복을 주고 있는 쉼터로서의 제 몫을 하고 있다. 특히 가을에 이 산을 오르면 능선길 억새풀이 광안리 앞바다와 그위의 흰갈매기떼와 어울리는 경치가 도심을 사는 사람들에게 낭만과 위안을 주기도 한다.



그러나 예전과 달리 임도가 생겨나고 주위에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황령산도 아픔을 겪고 특유의 운치를 잃어가고 있다. 산에 올라 사방을 보면 무분별한 개발로 절경이 크게 훼손되어 가는 것 같다. 인근 금련산을 비롯 곳곳에 거대한 방송탑들이 세워져 황령산의 풍광은 사라져 가고 있다고나 할까.
또 어느 산기슭은 녹지가 훼손돼 민둥산이 되어 흉물스런 모습을 드러낸채 방치되어 있다. 우리는 이 고귀한 산을 잘 보존해 지니고 있는 자태 그대로를 후손들에게 고스란히 남겨줘야 한다.

산에 오르면 시름을 잃고, 꿈을 갖게하는 부산사람들의 휴식처, 황령산에 한번 올라보라. 도심에 찌든 심신이 저절로 나으리라. 광안리의 야경, 금정산의 불빛이 빛어내는 능선, 이 아름다운 느낌을 갖게 하는 황령산에 한번 올라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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