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저축은행 부실감독과 관련해 검찰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부산에서 금융감독원 부산지원 직원이 자신이 사는 아파트에서 투신, 스스로 목숨을 끊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숨진 금감원 직원은 부산저축은행이 영업정지된 이후 부인이 번호표를 뽑아 부산2저축은행에서 부인과 자녀의 명의로 된 예금을 인출한 것을 두고 구설수에 오를까봐 고민한 것으로 전해졌다.

3일 오후 4시51분께 부산 남구 대연동 모 아파트 101동 1층 출입구 바닥에서 금감원 부산지원 수석조사역인 김모(43)씨가 피를 흘린 채 숨져 있는 것을 아파트 경비원이 발견, 경찰에 신고했다.

이 경비원은 "갑자기 쿵하는 소리가 나서 나가보니 바닥에 사람이 쓰러져 있었다"고 말했다.

이 아파트에 설치된 폐쇄회로TV(CCTV)를 확인한 결과, 김씨는 이날 오후 4시48분 주민 3명과 함께 아파트 승강기를 탔고 혼자 23층에 내려 23~24층의 계단 창문을 통해 투신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씨는 와이셔츠 차림으로 승강기를 탔고 무거운 짐을 옮기는 주민을 도와주기도 했다. 17층에 사는 김씨는 처음에 20층을 눌렀다가 주민들이 모두 내리자 맨 위층인 23층을 눌렀으며 주머니에서 담뱃갑을 꺼내 손에 들고 승강기에서 내린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과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 2월17일 부산저축은행이 영업정지된 다음날 김씨의 부인이 정상 영업중인 부산2저축은행에서 5천700만원의 예금을 찾았다는 것이다.

김씨의 부인은 부산저축은행의 영업정지 소식을 언론을 통해 알고 번호표를 뽑아 자신과 자녀명의로 된 예금을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지난달 28일 금감원에서 지난 2월17일부터 19일까지 저축은행에서 돈을 인출한 직원이 있으면 신고하라는 지침에 따라 부인이 정상적으로 예금을 인출했다고 자신신고했고 저축은행사태가 확대되자 구설수에 오를 수 있다며 고민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명문대출신으로 회계사인 김씨는 중간간부에 속하는 3급으로 2007년 금감원 부산지원에 발령받았으며 부산 모 언론사에서 근무하는 부인과 자녀 2명을 두고 있다.

현재까지 김씨의 집과 소지품에서는 유서가 발견되지 않았다.

김씨는 이날 정상 출근해 오후 4시까지 금감원 부산지원 사무실에서 근무한 뒤 휴대전화와 양복 상의를 둔 채 외출을 했고 50분 뒤 숨진 채로 발견돼 자살 동기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금감원 부산지원은 "김씨는 내부 경영부문 기획업무 중 유관기관간 대외협력를 담당했으며 저축은행과는 업무연관성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부산저축은행 비리와 관련이 없다"고 해명했다.

금김원 부산지원 직원들은 "김씨가 유능하고 성품도 좋은 편이고 업무 스트레스가 많은 일을 하지도 않았고 개인적인 문제도 전혀 없는 데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 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검찰은 부산저축은행사태의 부실감독과 관련해 현재까지 금감원 직원들을 소환조사한 적이 없다고 밝혔지만 김씨가 내사 대상이었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경찰은 시신을 인근 병원으로 옮기는 한편 유족과 금감원 직원 등을 상대로 김씨가 투신자살한 동기를 파악하는 등 정확한 사건경위를 조사중이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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