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인터뷰>

  일화 한 토막. 김대중 정부가 들어선 직후인 1998년 어느 날이었다. 이종찬 국정원장, 서영훈 KBS 사장 등과 함께 저녁을 먹고 술 한잔하는 자리에서 해방전후사의 얘기가 나왔다고 한다. “내가 말했죠. 김구 선생 참 대단하지만 솔직히 얘기하면 리얼리스트는 이승만이다…라고요.” 함께 밥을 먹던 사람들이 전부 놀랐던 게 상상이 간다. 특히 서영훈씨의 표정을 잊을 수가 없다고 했다.

이 작가는 “이승만이니까 가능했다. 일제 때 활개치던 형사들을 해방 후에 쓰지 않았다면 아무것도 안 됐을 거다…라고 주장했어요. 국정원장 하던 이종찬은 물론 오랫동안 민주화운동 해온 서영훈씨가 하얗게 질리던데요. 이호철 이 사람 형무소 갔다 와서 (사람이) 바뀌었다… 뭐 이렇게 생각했겠죠.” 그 이후 함께 자리했던 이들이 자신만 보면 찔끔찔끔했다고 회고했다.

이 작가가 쓴 ‘별들 넘어 저쪽과 이쪽’(2009년)이라는 소설에 그의 이 같은 생각의 단편들이 엿보인다. 소설에서는 조만식, 김일성, 이승만 등이 모두 등장해 토론을 한다. 134세의 이승만은 ‘내가 4·19 원흉이다. 원흉 안 될 수 없었다. 스탈린 막고 빨갱이 막으려면 나 같은 사람 있어야 했다. 나도 할 얘기가 있다’라며 항변한다. 이 작가가 목소리를 높였다. “좌니 우니, 진보니 보수니, 무슨 개떡 같은 얘기하지 말라고 해요… 실체는 바로 이겁니다. 송진우도 대단했고 김구도 훌륭했지만 다 순진했어요. 이승만 없었으면 스탈린한테 당했을 겁니다.”

―이호철 변했다는 얘기가 나왔을 법하네요.

“그 이전부터 그런 얘기가 나왔죠. 감방을 2~3번 들어갔다 오더니 이호철이 두들겨 맞았나보다 그때는 그랬겠죠. 나는 변한 게 없는데…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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