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인터뷰>

“소설은 경험 없이는 못 씁니다. 모든 작가는 어떻게 질적으로 양적으로 살았느냐에 따라 글이 달라집니다. 저는 분단과 남북관계에 대해 써 왔습니다. 저는 이북 출신이고 전쟁에 직접 참여했어요. 남북관계가 진행되는 한 쓸거리는 막히지 않아요. 운이 좋은 셈이죠.”

이호철 작가는 자신의 문학세계를 한마디로 ‘탈향에서 귀향으로’, 즉 ‘분단에서 통일로’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호철 소설이 품고 있는 메시지의 본바탕은 ‘질서에의 반항’이다. 이 작가는 프랑스의 해체주의 철학자 자크 데리다를 언급했다. “고이면 굳어지고 썩고 부패하기 마련입니다. 기존질서에 대한 저항이 있어야 썩지 않습니다.” ‘질서에의 반항’은 1956년 소설 ‘나상’의 당선소감으로 쓴 글에서 직접 언급한 말이다. “수십년 전에 쓴 당선소감을 지금 읽어봐도 생각이 똑같습니다. 24세 때부터 80세 될 때까지 똑같이 일관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 작가에 따르면 국가든 개인이든 문학이든 예술이든 권력으로 서는 순간 망하기 시작한다. 존재로 있을 때 벌써 문제가 생기며 따라서 탈(脫) 구축, 벗어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마르크스주의자들은 기존질서라는 망령과 싸우지만 공산주의가 들어서는 순간 망령을 폐기합니다. 하지만 망령을 폐기하는 순간 망령은 다시 일어나는 겁니다.” 이 작가는 ‘마르크스의 망령’을 이렇게 설명했다.

“작가는요… 참 뻔하고 당연한 일인데, 진솔하고 정직해야 합니다. 출세욕에 물들고, 잘난 멋을 내야 사는 맛도 있고, 문학사에 남겠다든지 평론가에게 잘보여야겠다, 이런 생각이 들면 사특해져요. 정말로 정직하고 솔직한 거 힘들어요.” 그는 “작가는 무엇보다 자기 자신에게 솔직해야 한다”고 힘을 주었다.

이 작가의 지론 중 하나는 “이념보다 더 절절한 게 문학”이라는 것이다. “이념은 개념어들일 뿐이죠. 개념어는 체험을 못 따라옵니다. 실제적인 삶과 밀착된 것은 문학밖에 없어요. 이념은 거기에 비하면 얕고 속된 겁니다. 문학은 삶 자체에 밀착해 삶을 보여주는 거니까 이념보다 한 수 위죠.”

▲1932년 함경도 원산 출생 ▲원산중학교 졸 ▲인민군으로 한국전쟁 참전 ▲‘탈향’과 ‘나상’ 등으로 등단 ▲‘닳아지는 살들’로 동인문학상 수상 ▲자유실천문인협의회 대표 ▲독일 실러메달 수상 ▲소설 ‘남녘사람 북녘사람’ 세계 10여개국 언어로 번역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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