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바쁘게 떠밀려 살아온 삶에 하나의 쉼표 같은 것 가을은 문득 지나온 삶을 뒤돌아 보게하는 고해성사의 시간.
뜨겁게 달구어진 아스팔트 길을 심장이 오그라붙던 곡예의 빙판길을 임자위해 종횡무진 땀흘렸던 지난날들 불어대고 닦아대던 임자는 간곳이 없네.
절집 한귀퉁이에 붉은자태 뿜어내는 니 뭣꼬? 애절한 사랑에 한이 맺힌듯선홍색 붉은빛을 토해내는니 뭣꼬?
매케한 연기에 쏟아지는 햇살로 수확을 거둔 가을들녁이 눈부시다 바람결에 흔들거리는 잡초더미들, 무표정한 농부의 손길에 하늘로 승천하네.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던 날 상관없이 떠나보기로 했다. 세상 모든게 빗물에 씻기고 그 안에 나도 있다 흠뻑 젖은 모습으로 자연과 하나되어 또 다른 그림을 만들어본다.
창문에 후드득 떨어지는 빗방울은 애써 다둑여온 지난날을 끄집어낸다. 빗방울 모여 기다란 길을 만들면 잠시 잊혀졌던 모습들이 하나둘 다가온다.
유난했던 한여름의 뙤약볕에 자연도 지쳤나봅니다 갈증에 타들어간 대지 사이로 촉촉히 비가 내리면웅크리고 있던 초록들이 기지개를 킬 것도 같은데….
녹일듯 내려쬐는 8월의 뙤약볕을 양손 바닥 펼쳐 들고 부지런히 막아보네 무더위도 이제는 떠날채비 하겠구만 사람 동네 닮아가나 버티기 하는갑다 툴툴거리며 걸터앉은 나무둥치 아래에 곱게 물든 나뭇잎이 쪼매만 참으라네
자그마한 연지에 노란수련 피어있네. 밤 사이 접은 마음 초롱초롱 풀어놓고 떨어지는 빗방울에 함초롬히 젖어있네. 사모하는 님을 위해 열두단장 하였을까 방울방울 맺힌 모습 연지 속에 선녀이네.
그대 향한 마음들이 용솟음 치고 채워지지 않는 갈증에 목말라 하던 날들, 비워버리고 놓아버린 내 마음엔 허한 바람에 떠도는 희미한 기억뿐.
사랑하는 이를 갈망하듯 해를 쫓으며 바라기 한다는 해바라기, 애절한 전설이 숨쉬고 있고 영화에서 그림에서 사랑을 노래하는 꽃.
오랜시간 숨죽여 키워 온 꽃잎이 세찬 비바람에 피기도 전에 떨구었네 타고난 고운자태 꽃잎에 남아 비에 젖은 모습으로 애잔함을 더해주네
이슬 머금은 아침 햇살에 7월의 신부가 배시시 웃는다 켜켜히 차려입은 분홍빛 매무새가 양반집 규방의 새아씨 같다
자그마한 골목길에 늘 닫혀진 문이 하나 있다 녹쓴 자물통 두개의 무거운 침묵, 무수히 뚫린 구멍난 못자리 마다 아픔이 느껴져 세월에 쓸려간 사연이 궁굼해진다.
한낮의 따가운 햇살이 깊은 숲 어린 풀잎을 찾아낸다 큰 나무 뒤에 숨어 숨바꼭질 하는데 햇살이 손 내밀어 짖궂게 끌어낸다.
파란 하늘로 솟구치는 저 구름에 실려갈 순 없을까…바닥에 붙어 맴을 도는 허한 일상에서 가끔은 벗어나 이방인이 되고싶다 벽돌로 꼭꼭 채워진 담벼락 귀퉁이, 몸도 마음도 훌훌 털어버리고 하늘 향해 뻗어가는 저 구름이 되고싶다 .
석가탄일 봉축하여 두손모아 합장하고오색연등 불을밝혀 가족평안 기원하네 법당앞에 작은연지 지극정성 알았을까속세인연 소원담아 오색물빛 풀어놓네
뾰족히 고개내민 연초록 찻잎에 차향에 취한 거미가 한자락 실을 뽑고 밤새 내린 이슬이 방울방울 정를 담아 차밭 한귀퉁이에 예쁜그림 그려놓네 해뜨면 사라질 자연의 속삭임을 나 혼자 지켜봄이 안타깝기 그지없네.
무심한듯 스치는 그 곳에 그리움 하나 있네 손 내밀어 잡을 수 있는 그 곳에 그리움 하나 있네 내 안에 깊숙히 파고든 또 하나의 마음이네.
스치면 물이 배일듯 곱디고운 봄꽃들이 허한 물결 일렁이는 내 마음에 찾아들어 햇살 속에 등 떠밀며 먼길 같이 가자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