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나는 생김새가 많이 다르기도 하지만 성격이나 취향, 어느 것 하나 비슷한 것이 없었다. 그래서 자연히 모녀간엔 부딪침이 많았고, 걸핏하면 잔소리를 듣거나 야단맞기 일쑤였다.

내가 결혼식을 올리기 한 달 전부터 엄마는 바지런히 딸 방의 옷장을 비우고 정리하기 시작했다. 비록 엄마와 다정하게 지내오지는 않았지만 막상 친정을 떠나 시집을 간다고 생각하니 한편으론 서운하기 짝이 없었는데, 엄마는 그저 속이 시원한가보다는 생각에 얼마나 서러웠는지 모른다.

그런데 결혼 후 친정에서 부쳐온 내 묵은 옷들에서는 한결같이 코에 익은 세제 향내가 났다. 뿐만 아니라 밑단이 뜯어졌거나 단추를 잃어버린 옷이 단 한 벌도 없었다. 새 옷보다 익숙하기에 입기 편해서 좋은 나의 묵은 옷들이 말끔하게 세수하고 화장한 얼굴로 신혼집 옷장으로 이사를 온 것이다. 비록 떨어져 지내게 되었지만 나는 엄마의 체취를 맡고 손길을 느끼면서 살 수 있었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옷장 문을 활짝 열어 정리하면서 나는 엄마를 생각한다. 그때 결혼을 앞둔 딸자식의 옷들을 손질하면서 엄마는 어떤 기억들을 떠올렸을까.  나는 과연 스물 여덟 해 동안 아름다운 추억을 얼마나 남겨드리고 훌쩍, 곁을 떠나왔던가 …. 새삼 안타깝고 미안한 마음에 울컥 눈자위가 아려온다.

이젠 너무 낡아버려서 입고 외출할 수 없는 옷들이지만 다시 또 곱게 개어 간직하게 되네요,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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