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리사자야 색은 공과 다르지 않고, 공은 색과 다르지 않나니 곧 공은 색이며 색은 공이라.
색불이공(色不異空) 공불이색(空不異色) 색즉시공(色卽是空) 공즉시색(空卽是色)
-반야심경(般若心經)-

이 몸이 피와 살, 뼛속 깊숙이 모든 현상은 눈앞의 그림자와 물거품 같으며, 또는 환상이나 이슬이아 꿈이나 등불과 같으므로 마땅히 그와 같이 관(觀)해야 한다. 중생이 세상에서 살아가는 것도 이와 같으니 이를 들어 공(空)하다 할 것이다. 그러나 불교에서 공은 우리가 말하는 허무와는 다른 것이다. 없음이 아니고 허망한 것이 아닌, 그 안에 진리가 있는 그 무엇인가이다.

옛 글을 보면 하늘도 공이라 하여 천공(天空)이라고 하였고. 이 땅도 지공(地空)이라 하였다. 그러나 하늘이 없는 것이 아니고, 땅 역시 없는 것이 아니 듯 공이라고 하여 없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또 다른 오해가 있을 수 있다.

다만 눈으로 본 적도 없고, 겪은 적도 없거니와 그 안의 진실에 이름 붙이지 못하니 이것 또한 공이라고 이름 하지만, 중생의 눈으로는 가늠할 수 없다. 그러므로 반야심경에서 이르는 진리는 우리가 색(色)이라 여기는 가치 있는 모든 것을 공이라 하였으며, 눈에 보이지 않은 하찮은, 공이라 여기는 모든 것을 색이라 하였다. 이와 같이 보면 공은 색을 의지하며 색은 공을 의지하는 것이다. 먹고 자는, 생활을 대하는 불가의 태도 또한 이와 같다. 깨달음은 몸을 의지하고, 나의 몸은 깨달음에 의지하는 것이다.

중생의 몸이 이미 물방울과 같은 그림자 속에 있으니 하물며 그림자의 그림자가 어찌 귀함이 있을까마는 그림자는 실제에 의지하며 그 실제는 그림자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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