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51년 부처님 오신 날을 앞두고 사찰마다 연등 행렬이 장관이다. 절 마당에 들어서면 쏟아지는 오월의 햇살 아래 동그랗게 드러나는 연등 그림자 행렬이 이른 더위를 가시게 하니, 그야말로 "자비의 그늘"인 셈이다.

발끝으로 톡톡 마당의 흙을 차며 연등의 의미를 짚어본다. 연꽃은 진흙 못에서 자라면서도 청결한 아름다움을 잃는 법이 없으니 모름지기 보살의 삶이란 마땅히 이러해야 하는 것.

부처님의 말씀을 듣기 위해서 제자들이 밝힌 등이 시간이 흘러 법회가 끝나자 모두 꺼졌으나 유독 난타라는 여인의 등만이 꺼지지 않았는데, 이는 가난하지만 마음 착한 여인의 정성으로 켜진 등불이기에 그랬다. 때문에 결코 꺼지지 않을 것이며 등불의 공덕으로 여인은 오는 세상에 반드시 성불 할 것이라고 부처님은 말씀하셨단다. 가난한 중생의 마음을 헤아리니 더없이 인간적이고, 밤을 밝히는 등 공양을 어둠 속에서 지혜를 찾는 마음이라 여기니 시인이기도 했나보다.


[자등명 법등명(自燈明法燈明)] 저마다 자기 자신을 등불로 삼고 자기를 의지하여라 진리를 등불로 삼고 진리를 의지하여라는 마지막 설법은 크게 위로 받는 동시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게 한다.

비록 불자는 아니지만 해마다 사월초파일이면 등불을 밝힌다. 생의 지혜를 찾아 나설 마음의 준비가 되어있노라고 스스로 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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