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침 출근길에 펑펑 쏟아지는 함박눈을 보았습니다. 자연이 그리는 풍경화는 이 세상 어느 화가의 것보다 멋집니다. 내리는 눈 곳에 나는 빠져 있었습니다. 승용차 안에는 몸만 있고 마음은 창밖에 내리는 눈 속에서 하얗게 서 있었습니다.

그 눈 속에서 나는 내리는 눈처럼 자신을 한없이 내리고 또 내렸습니다. 일체의 오염과 흔적이 지워질 때까지 나는 스스로 참회의 눈밭이 되어 날리고 또 날렸습니다.

세상을 살아간다는 것은 점점 순백의 아름다움을 잃고 스스로 오염되어 가는 것. 빠른 속도로 달려오는 생각에 아프게 부딪치며 스스로 생각의 노예가 되어 가는 것. 그런 삶의 순간들을 버리고 버려 눈처럼 아름답게 세상을 걸아가고 싶었습니다.

눈은 내 영혼 깊은 곳에 내려 나를 조용히 흔들어 깨웁니다. 하얗게 눈이 내리면 나는 가장 맑은 존재가 되고 싶어 눈물이 납니다.

# 해운대를 지나자 눈이 내리지 않습니다. 하늘만 잔뜩 흐리고 지푸립니다. 금정구가 다가올수록  환한 세상이 펼쳐집니다. 그러나 금정산에는 눈이 하얗게 쌓여 수묵화를 그려 놓았습니다.

 오륜터널을 지나자, 가슴이 아파 옵니다. 어제 저녁 외대 신입생들이 오리엔테이션에 참가했다가 폭설로 지붕이 내려 앉아 10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생겼습니다. 과정이야 어떻든 청춘들이 젊음을 누리며 피워 보지도 못한채 저 세상으로 간 것입니다.

 누굴 원망해야 할까요. 가족들이, 그리고 시민들이 오열합니다. 가족들은 땅을 치며 통곡하는 모습이 눈  에 선합니다. 이 늙은이도 할 말이 없습니다. 가슴이 미어집니다. 그저 청춘들의 명복을 빌뿐입니다..이젠 모든 거 다 내려놓고 편안한 세상에 잠드시기를 기원합니다. 너무 안타깝습니다. <2014.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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