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화가 이제 꽃을 피우고 있습니다. 그 움이 막 터져 향기 진동합니다. 꽃은 그 어디에도 없었으나 때가 되면 일시에 피어납니다. 꽃들은 어디에 있다가 일시에 피어나는 것일 까요.

꽃의 개화보다 향기롭고 아름다운 것은 없습니다. 그래서 꽃의 개화는 온 우주의 경배 속에서 이루어지는 것만 같습니다.

매화꽃이 피면 나는 아파트 옆 공원 매화나무 인근을 서성일 겁니다. 봄날 잠 못 이루는 밤의 사연을 매화와 주고받으며 나도 내 삶에 매화향기를 밤에 담고만 싶습니다. 매화가 건네는 향을 내 삶의 바구니에 찬찬히 담으며 그 향기의 고움을 생각할 겁니다. 세상은 잊고 매화 향기로 가득한 삶의 아름다움을 꿈꾸기도 할 겁니다.

매화향기 가득한 인생을 사는 것은 얼마나 좋은 일이겠습니까.욕망과 유혹의 바람을 견디면 삶은 역시 매화처럼 꽃 피는 것은 아닐까요. 매화나무 아래서 나는 매화 향처럼 피어나는 내 삶의 향기를 그립니다.

나는 매화를 찾아 그저 좋아서 카메라로 그 향을 찍어왔다. 그건 옛 중국의 시인 도연명 이 쓴 시 ‘귀거래사(歸去來辭)’에 빗대 토로하는 것에서다.

도연명은 유유자적한 삶 가운데 ‘동쪽 울타리 밑....남산을 바라본다’는 유명한 시 구절을 남겼다. 이 구절이 그렇게 유명한지 나로서는 설명하기 어렵다. 젊은 날에는 오히려 시도 되지 않는다고 폄하할 정도로 평범하기 그지없는 구절이라 받아 들였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봄 매화를 찾아 나서며 매향이 오장육부에 숨어들 때 나는 어김없이 이 구절을 떠 올린다. 그리고 젊은 날의 나를, 아픈 마음을 겨우겨우 다독이고 있는 나를 바라본다.

# 부산에 매화가 유명한 곳은 우선 ‘범어사’다. 선승인 무비스님이 주석하고 있는 곳이다. 3월초쯤 홍매, 백매,청매가 꽃을 피운다. 이 매화나무들은 수령이 백년 미만. 무비스님이 출가 후 심었다고 전한다. 그러나 선승(禪僧)이 계셔 밖에서 매화를 볼 수밖에 없는 안타까움이 있습니다. 그래도 범어사 대웅전을 찾아가면 매향이 길을 안내 합니다.

또 양산 ‘통도사’입니다. 1300여년이 역사를 가진 대 가람의 ‘일주문’에서 ‘대웅전’에 이르는 통로 가운데 ‘하로전’으로 들어가는 ‘천왕문’이 있습니다. 이 ‘천왕문’을 들어서면 정면으로 ‘불이문’이 바라다 보이고, 좌측에 ‘범종루’. 우측에 ‘극락전’이 있습니다.

이 ‘극락전’과 ‘천왕문’사이의 우측으로 통도사 종무소가 있고, 그 중간에 ‘만첩홍매’와 ‘분홍매’가 있으며, ‘천왕문’을 들어서면 마당 한 가운데 통도사 ‘극락전과 삼층석탑’과 배례석이 있고, 오른쪽에 ‘영산전’이 있으며, ‘영산전’ 돌계단을 올라 좌측 처마 밑을 지나면 다시 우측으로 ‘영각’이 있고 이 ‘영각’의 오른쪽 차마 밑에 홍매가 있습니다.

# 퇴계 이황은 매화가 피는 겨울 섣달 추수에 운명했다. 그는 운명하던 날 아침, 기르던 분매에 "물을 주어라"고 명했다. 이것이 퇴계의 마지막 유언이다. 퇴계는 이토록 매화를 혹애했다. 매화를 '매형, '매군' '매선' 등으로 부르며 깍듯이 하나의 인격체로 대우했다. 

 춘 3월, 좋은 날을 골라 통도사 홍매를 친견하러 갈 생각입니다.  어느해인가 이 세상을 홀연히 떠난 관조 스님이 '흐드러지게 핀 매화를 가리키며 "카메라를 조용히 잡아요. " 고 하신것이 어제 일처럼 생생합니다.  그리운 매향...관조스님, 어디 갔을까. 매향에 취해 붓다 옆에서 쉬고 있을 까. 그 대쪽 같은 인품 그립습니다. (2014.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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