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용눈이 오름'에서 하산 후 길가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벌써 코스모스가 안개에 휩싸여 가을을 부름니다.( 8일 오전 8시경 촬영)

오늘 아침에 범어사 ‘안개’를 찾아 갔습니다. 가는 날이 음력 초하루 날이라. 절은 차반 사람 반 이었습니다. 지금껏 이렇게 훈훈한  분위기는 처음입니다.

기자는 일품인 ‘범어사 안개’를 볼양으로 갔습니다.  그 ‘안개’를 찍은 스님은 ‘관조당’입니다. 몇 년 전 먼 길을 마다하고 홀연히 떠났습니다. 하도 유명한 스님이라 사찰 등  작품은 책과 사진으로  우리를 슬프게 합니다. 올해 ‘범어사’ 카렌다에도 어김없이 그의 작품으로 제작되었습니다.  그 카렌다를 보면 ‘관조당’을 뵙는 느낌입니다.

장마비가 주룩주룩 내리는데 허리 굽은 할머니가 ‘불이문’ 계단을 오릅니다. 일주문 계단을 오르고 또 ‘보제루’를 가로질러 계단을 올라야 부처님인 집에 드실 수가 있습니다.

건강한 사람 그저 한달음에 오르는 계단을 할머니는 몇 번을 쉬고 또 쉬어야 오를 수가 있습니다. 힘들게 오르는 할머니 등을 향해 내가 말합니다. “할머니, 그냥 그 자리에 서서 부처님께 절하세요. 부처님은 시력이 좋으셔서 할머니 마음까지 다 보시니까요. 애써 계단을 올라서 예경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웃으면서 말해도 할머니는 싫어하십니다. '그래도 그런 것이 아니라'고 나무라시며 부처님 이렇게 어렵게 뵈야 복 받는 거라고 말씀하십니다. 늙으신 몸속에 부처님을 향한 마음이 보석처럼 박혀 있습니다.

세상이 무너져도 그 마음 변치 않을 겁니다. 그 신심 어디서 났는지 그 마음 부럽습니다. 복 받겠다는 그 간절한 마음 하나가 세상 무엇보다도 귀하게 다가옵니다.

‘대웅전’을 지나 대성암 가는길로 접어들자 안개가 앞을 가립니다. ‘안개’를 보니 ‘모 가수가 부른 ’안개‘가 생각나 저 안개가 어떻게 형성되어서 저렇게 모여들까하고 생각해 봅니다.

카메라로 ‘몽환적인’ 안개를 찍으려 숲속으로 들어갔습니다. 어제부터 폭우가 넘쳐 돌속으로 세차게 흐르는 물소리가 마음을 씻고 갑니다. 알수 없는 소리이지만 마음이 개운해지는 걸 보면 최상의 소리인 것 입니다.

계곡의 물소리는 알 수 없으므로 침묵과도 같습니다. 소리가 있으나 그 소리는 구체적이지 않습니다. 마냥 지나가는 소리로 사라져갈 뿐입니다. 그런데도 그 소리에 나는 그냥 마음이 씻기는 것을 느낍니다. 그 막연한 침묵과도 같은 소리의 행렬들이 내게 고요한 마음자리를 선물합니다.

우리는 언제나 너무 구체적인 가르침을 요구하며 살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구체척인 가르침은 그냥 지식일 뿐 명상의 자리로 우리를 이끌지 못합니다. 구체적이지 않고 그냥 소리로만 다가오는 계곡의 물소리에는 명상의 여백과 자리가 있습니다.

그 물 소리는 나를 키우고 내 마음에 맑은 비움을 남깁니다. <이 글은 제주에서 8일 아침 출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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