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눈이 오름'의 초록색 모습 아름답기만 하다

내가 제주 ‘용눈이 오름’을 찍는 이유는 어느 사진가의 한 컷에 감명 받았거나 ‘용눈이 오름’에 감동을 느꼈거나 무언가 특별한 동기가 있던 건 아니다. 단순히 제주에서 유명하고 알기 쉬운 피사체라는 안이한 이유에서다.

 예전에 한라산이나 제주 바다를 찍었는데 ‘용눈이 오름’은 그중 하나 정도의 느낌이었다. 오히려 당시의 나는 ‘용눈이 오름’이라는 알기 쉬운 피사체에 의존한 촬영은 사진을 어설프게 만들 뿐이라는 주제 넘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자연현상을 찍는 포토그래퍼는 스스로 자신의 주연을 찾는 것에서 시작하고 거기에 자신의 상상력을 불어넣어 원하는 한컷을 찍는, 그야말로 전부 자신의 센스로 찍는 하이레벨 작업이라 느꼈기 때문이다.

그점에서 ‘용눈이 오름’ 촬영은 주연이 이미 정해져 있어 피사체에 의존해 촬영하는 매우 간단한 작업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제주에서 ‘용눈이 오름’을 촬영하면서 자연속에 있는 ‘용눈이 오름’의 깊은 매력을 알게 됐다.

1년에 걸쳐 ‘용눈이 오름’이 계절마다 다양한 색으로 변해 가는 것, ‘용눈이 오름’을 에워싼 구름의 표정, 결코 매년 똑같이 찍을 수 없는 꽃과 녹색, 아침 해가 뜨는 정경, 석양 등 하나 하나 거론하면 끝이 없을 정도의 매력을 ‘용눈이 오름’으로부터 느꼈다.

또, 김영갑, 배병우 사진가의 책을 통해서 나마 많은 것을 배웠다. 특히 배병우 사진가의 탄탄한 이론을 통해 흑백으로 ‘용눈이 오름’을 표현한 사진은 나를 더욱 더 감동케 했다. 젊은 시절 한라산 산행을 하면서 ‘ 한라산은 나이들면 너무 힘들고 낮은 오름에서 ’제주 사람들의 영혼을 찍고 싶다‘’고 생각한 것이 오늘의 ‘용눈이 오름’을 촬영하게 된 동기다.

‘용눈이 오름’은 높이가 279m, 정도의 낮은 오름이다. 그러나 제주 360여개 오름 중에 선-면-곡선이 '여체'와 비슷하다고 소문나 있다. 이 오름에는 봄에는 할미꽃, 엉겅퀴 등 다양한 야생화가 서식하고 있다. 가을에는 그야말로 말문이 닫히는 감동의 억새는 와보면 다시 오고 싶은 마음을 저절로 갖게 한다.

 가을 초입부터는 초록의 곡선이 높아지고 낮아지면서 세 개의 분화구가 분명해 진다. 이 분화구 곡선이 기막힌 아름다움은 입을 다물게 한다. 영화 '지슬'을 찍은 곳도 볼 수 있다. 좀더 가을이 깊어 갈 수록 오름의 능선은 누런 빛으로 변해가는데, 이른 아침 햇살이 퍼지기 시작할 무렵에는 금분가루를 칠한 듯 눈부신 황금빛으로 빛난다.

'용눈이 오름' 정상에 서면 당당한 오름의 여왕 '다랑쉬 오름' 그리고 손지오름, 동거문 오름등이 펼처지고, 멀리 성산일출봉, 우도섬 모습도 뚜렷하게 보인다. (2016.8.14. 제주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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