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이 슬픔을 안고 있다. 차가운 꽃 속에 비가 가라앉는다. 여름이 살짝 몸서리친다. 그 종막을 향하여.../ <9월이라는 이름의 /헤세/시다. 며칠 전 내린 비가 지열을 냉각시켰는가, 여름을 몰아냈는가. 가을의 차가운 입김이 벌써 피부에 닿는다.

아파트 정원에서 들리는 이름 없는 벌레들의 한 숨 속에, 도로를 걷는 소녀의 햇빛에 그을린 밀짚 모자위에......아직은 대낮의 태양마냥 뜨겁기만 하다. 아직은 푸르른 초엽들이 마냥 싱그럽게 들에서 뛰놀기만 한다.

물론 아직은 낙엽의 외로움을 느끼지 못하고는 있다. 그러나 젊은이들과 함께 강렬한 교향시를 엮어내던 여름의 그 화려한 바다는 도대체 어디로 갔을까?

/산다는 게 너무나도 즐거워서 가끔 무서워질 때가 있어요./ 이렇게 말하며 생긋이 진주같은 이들을 보이며 웃던 소녀는 지금 어디로 갔을까?

여름이 잊어버린 흰 모래 언덕 위에서 바다를 보며 사람들은 무엇을 생각하고 될까?

여름의 향연은 왜 그렇게도 빨리 끝나버렸을까, 왜 그렇게도 서글프게 끝나버렸을 까, 기다리라고들 한다. 눈부시도록 난무하던 여름의 태양이 고별의 애틋한 ‘피날레/를 노래할 무렵 자연은 우리의 마음을 달래주려 한다.

그리하여 대지는 여물어간다. 결실을 자랑하면서 벼가 고개를 숙이고, 밤이 여물어 가고, 그리고 배가 익고 사과가 붉게 타오르고....../

그 모두가 인간을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그 아름다움과 향기로움을 사람들이 찬미해주기를 자랑스럽게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회색의 수평선을 향하여 힘껏 외쳐보는 우리의 /코러스/가 자꾸만 힘없이 어디론가 퍼져 나가기만 하는 것은 무슨 까닭에서 일까.

내일이면 또 을씨년스럽게 가을바람이 불러 올 것이다. 그러면 또 잎이 떨어지고 벌거벗은 고원이 애처로운 한숨을 쉬고....../ 그럴때면 /산다는 것이 왜 이렇게도 서글픈지 아시느냐/고 소녀는 물어 올 것이다.

그래도 또 봄이 온다고 누구 말할 수 있겠는지, 기다려도 이제 찾아드는 것은 겨울밖에는 없을 텐데 말이다.

/......아직은 오랫동안 더 장미 곁에 여름이 멎어 휴식을 그리며/ 조용히 큰 눈을 곱게 감는다./ 아직은 9월, 몇 사람이니 이렇게 말하려는지. /어느 새 9월/이라고 말하는 사람보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벌써 9월?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더 많은 것만 같다. 꿈을 키울 때는 아닌 것이다. 꿈을 식힐 때인 것이다. _ 9월은,

키워드

#N
저작권자 © 금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