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속담에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늘 한가위 같기만 하여라’고 했다. 1년중에 단 한번 끼니걱정을 안 해도 좋으리만큼 풍성한 때가 이 중추가절이란 뜻이다.

농촌에 한해 농사가 다 끝나 바쁜 일거리도 없고 과실이 푸짐하고 인심도 마냥 후해지고, 이래서 매일이 추석 때처럼 살기 좋기를 바라는 마음도 생겼으리라.

추석날을 앞둔 부산역 풍경은 KTX 표를 구하려는 사람들이 보인다. 인터넷으로 추석 열차 판매 후 추석 전날 판매를 수소문하며 암표를 귀동냥하는 모습도 자연스레 보인다.

여하튼 추석 풍경이다. 또 역으로 아들 찾아 역 상경하는 모습도 보인다. 자식들이 회사일 등 이런저런 일로 귀향치 못해 부모가 자식 집을 찾아 가는 것이다.

그런데, 올해는 경제사정과 국제정세 불안감으로 추석이 그리 반갑지는 않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오늘을 사는 어른들은 그래도 옛 정서가 관념화되어서 햅쌀에 풍성한 과일을 제사상에 올려 가족들 행운을 비는 제례의식을 지켜 왔다. 그러나 요즘 풍속도는 시류 따라 변해가고 있다.

꼭 미풍양속을 지킬 필요성이 있는가 여부를 떠나 그래도 오늘을 끌어온 옛 어른들이 추석에 담긴 옛 마음씨를 지켜가며 후손에게 물려주어야 할 미풍양속이다는 것을 한 번 더 강조하고 싶다.

옛 문헌인‘춘추의 필법’을 보면 추석에 대해 ‘온 나라 안이 묘를 찾아 나섰다’는 글귀를 봤다. ‘춘추’는 공자가 썼다는 노나라의 년 대기이다. 그것은 보통 역사책과는 달리 그저 사실만을 열기할 뿐 일체 설명을 보태지 않았다.

따지고 보면 성묘란 허울좋은 구실일 게다. 정말로 조상을 섬기자는 애틋한 마음으로 이날을 맞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그저 연휴를 즐기자는 마음이 더 짙을 뿐이다. 그래서 여행사는 해외 관광여행 광고로 신문을 메우고 있다.

흔히는 인과관계를 설명할 때 ‘춘추의 필법’이라고 말하지만 사실은 잘못 전해진 말이다. 행간(줄)에 참뜻을 넣은 표현방법을 말한다. 그러니까 춘추의 필법으로서는 그저 ‘오늘이 추석이었구나’고만 해도 족할 것이다.

아니면 또 ‘추석을 맞아 기뻐하는 사람이 많았다’고 하는지도 모른다. 이때 기뻐한 사람이 귀향을 반기는 이들이 얘기인지, 선물을 두둑이 받는 사람의 얘긴지 읽는 사람이 풀이에 따라서 따라 달라진다.

추석은 웬지 해마다 요란스러워 지기만 한다. 모두가 그만큼 살림이 넉넉해지고 모두가 조상을 섬기는 마음이 두터워진 탓이라면 이처럼 반가운 일도 없다. 그러나 공자가 혹은 ‘오늘 도시에서도 추석이 있었다.’고만 적을지도 모른다.

근데, 청와대가 추석선물이 입방아에 올랐다. 어느 국회의원은 선물이 오지않았다. 또 다른 국회의원은 선물을 되돌려 보냈다는 보도로 눈길을 끌었다. 그 국회의원들이 옹졸한 태도는 서민들 마음을 슬프게 한다. 다 이게 사람 탓이다. '난 사람'인 아닌 '된 사람'을 찾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키워드

#N
저작권자 © 금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