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약속이 있어 해운대 다녀오는 길은 네 살 난 딸아이와 동행했다.
아직 지하철을 [기차]와 구별하지 못하는 덕에 딸아이에겐 가슴 설레는
여행이 되리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예상대로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는 시간 자체를
가장 즐거워했다.

좌석이 하나만 비어있으니 엄마인 나를 앉히고 저는 서있기를 원했다.
벌써 딸 덕을 보는가 싶어 미소까지 머금었는데, 제법 얌전히 서서 가다가
지하철 속의 조용한 분위기를 깨며 딸아이가 외쳤다.
"엄마 저기 못난 사람이 있어요."
딸아이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곳으로 사람들의 시선이 동시에 향했고,
거기 건장한 흑인 청년 한 사람이 서있는 것을 확인하는 순간 내 얼굴은
홍당무가 되었다. 미국보다는 아프리카 순수 흑인인 듯 했지만,
만약 한국어를 안다면 이만큼 큰 실례가 또 어디에 있겠는가......

승객들이 참을 수 없어 여기저기서 킥킥거렸고, 미안한 지 부끄러운 지
딸아이도 웃고 있었고, 영문을 아는 지 모르는 지 흑인도 웃고 있었다.
"별아, 못난 게 아니라 다른 거란다."
그렇게 설명을 시작하고 보니, 되려 나를 돌아보게 되었다.

일상 속에서 나 역시 얼마나 많은 것들을
그저 다른 것일 뿐인데 못났다고 단정지으며 사는가......
아이처럼 미성숙하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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