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생을 위해 너는
빈곤한 삶에 이토록 질긴 자비를 베푸는가,
낙엽 지는 눈물 첫눈이 될 때까지
못다한 이야기를 서성이며 하는가.

가을아 이제
외롭다고 말하지 말자
열정으로 살아온 날이 많았으니,
진실로 사랑했다면
형벌 하나쯤이야 달갑게 메고 가자.

잊기 서운한 꿈을 깬 듯
퇴상(退霜)에 전율하는 가을아
떨구지 않으면 일굴 것도 없다,
그래도 너는 눈물을 가치 있게 한
유일한 신앙이었다.

존재를 의심하는 목소리가
풀벌레 소리에 묻히는 밤,
가을아 이제 그만 죽어도 좋다
살아야할 이유가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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