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실용의 시대’를 그토록 강조해왔지만 공직사회 일선 일부는 실용과는 정반대 방향, 여전히 허명(虛名)과 허위의식에 갇혀 있는 예가 허다하다.

보도에 의하면, 지난 주말 서울 종로구 계동 옛 해양수산부 건물 부근은 공직사회가 ‘변화의 무풍지대’임을 새삼 입증했다는 것이 우리 시각이다. 해수부가 정부조직 개편으로 해체돼 사무실을 비우고 보건복지가족부가 새로 이사오는 과정에서 집기와 가구, 또 서류가 건물 옆에 무더기로 팽개쳐져 있었다. 구입한 지 2년도 안된 집기에다 20만원이 넘는 의자까지 드물지 않았지만, 우리는 설사 낡은 집기라 해도 정부 부처가 시민의 눈앞에서 그렇게 방치할 일일 수는 없다고 믿는다. 낡았든 신품이든 그 자체가 국민의 재산이다. 낡아서 폐기해야 할 집기 등도 소정의 절차에 따라야 하는 것은 무슨 법령, 무슨 규정을 들먹이기 이전에 상식이다. 해당 부처가 내버린 것은 집기가 아니라 공직의 금도 그 자체였다. 

매체들이  ‘거리에 내다버린 공직의식’을 보도한 직후 정부 관계자의 ‘해명’까지 되새기기 민망하다. “모두 버리려는 것은 아니었고 재활용하거나 가져다 쓰려는 것”이라고 했다. 어지러이 뒤엉켜 길조차 막은 집기 더미를 그런 식으로 둘러댈 수 있는 그 ‘배포’부터 어이가 없다. 문제의 부처는 무슨 일을 어떻게 잘못했는지조차 잘못 알고 있다는 말밖에 안된다.

국민의 세금으로 구입한 비품, 집기류를 그렇게 하찮게 여기면서 세금 내는 국민을 제대로 섬길 리 없다. 말 만으로 ‘국민을 섬기는 정부’로 거듭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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