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제발 좀 그만 생글거리지?"
모교가 아니라서 외로움이 짙었던 대학원 시절, 내게만 유난히
까다롭게 대하는 선배가 던진 말이었다.
그리고 반문할 겨를도 없이 그녀가 덧붙였다.
"너처럼 사는 게 즐겁지만은 않거든."
"저는 추억이 많은가봐요." 순간 그리 대꾸하긴 했는데 이후, 영문 모를 그녀의
요구와 나의 반사적인 답변에 대해서 많이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자의든 타의든 살아가는 동안 뇌 속으로 들어와 자리잡고 앉는 것이 기억이라면,
추억은 의식적으로 만들어 가는 것이다.
망각되지 않는 이상, 아픈 기억을 밀어낼 수 있는 것은 스스로 노력해서
간직하게 되는 추억이 아닐까.
노력 없이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고, 노력은 늘 고통을 동반하는 것을......

소문이 무성한 그녀에게로 졸업하는 날 장미 한 송이를 선물했는데, 그녀가 분명히
내 눈을 보며 환하게 웃었다. 그게 마지막이었고, 그것으로 족했다.

삶은 고달파도 추억은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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