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숲의 몸이 여위고 파리해지고 있다. 머잖아 초록은 흩어질 것이다. 초록은 묶어질 것이다. 초록은 시방으로 달아날 채비를 미리하고 있다.

녹음 속에서 우는 참 매미의 소리는 그 음이 한 옥타브 낮아졌고, 허공의 천을 선글게 짜고 있다. 필시 돌 층계를 내려가 어딘가로 아주 가고 없을 것이다. 누군가 자연이라는 형광의 밝기를 낮추고 있다는 느낌이다.

범어사에서 내려오는 길가(김종식 선생의 그림비)인근 카페에 함초롬히 피어있는 '수련'을 본다. 너무 엄숙해 보인다. 카메라를 통해 본 '피사체'는 너무 황홀하다. 한참 카메라를 만지작 거리니 주인장 아줌마가 '예쁘죠'하고 말을 건넨다. 덥죠, 커피 한잔하고 가세요.

인정미가 흐른다. 얼굴도 미소를 머금은 모습이다. 한참 수련을 보다 자연광이 뜨거워 해가 구름에 가리기를 20여분 기다렸다. 몇 컷을 하고 나서 뷰파인더로 찍힌 피사체를 봤다. 잘 찍힌 것 같다.

카페에 들려  땀을 휴지로 닦고, 이열치열이라고 따뜻한 커피를 청해 마셨다. 주인장은 "사진이 좋으면 한 장 주세요" 라고 말한다. 나는 "그럴께요" 라고 응했다.

그러나 줄 마음은 없다. 좋은 사진은 없기 때문이다. 솔직히 한장 프린트해서 줄 수도 있지만 사진은 피사체에 따라 작품일 수도 있고 아니면 그저 대 놓고 찍은 것일 수도 있다. 

나는 피사체를 그저 카메라에 담지 않는다. 무언가 마음에 와 닿을 때 셔터를 누른다. 관찰자 입장에서 상념케 하는 피사체를 찍어서이다. 사진은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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