짙푸른 연잎의 바다에 등불 밝히듯 꽃 두 송이가 환하게 솟아 있다. 청아하면서 화려하고, 고귀하면서 농염하다. 막 밀어올린 연꽃 망울은 붓 같고 촛불 같다. 활짝 젖혀 난만한 연꽃은 그대로 천국이다.

매미소리 만큼이나 여름이 깊다. 등불 아래의 사색보다는 쏟아지는 햇볕 아래로 달려 나가 우주와 자연이 들려주는 지혜속으로 풍덩 뛰어들기에 맞춤한 시간이다.

계절을 핑계삼아 새벽에 달려간 경주 안압지 연못에는 물과 꽃이 정원이다. 물을 보며 마음을 씻고(관수세심(觀水洗心), 꽃을 보며 마음을 아름답게 하라(관화미심(觀花美心)는 말처럼 연꽃에 마음을 씻는다.

꽃을 완상하며 마음을 밝히는 데는 연꽃만한 것이 없으니, 여름엔 꼭 한번 찾아보며 오염된 마음을 씻어야 한다. 그러나 연못 주변엔 그늘이 많지 않아 마음을 씻기엔 볕이 너무 강하다. 걷다보면 금세 너무 지쳐 돌아보기 일쑤다.

그래도 연꽃을 보고 오면 며칠이나마 초연한 자세로 살 수 있어 잠시는 마음이 시인처럼 청아하다. 아침이면 연잎에 맺힌 맑은 물방울도 볼 수 있고, 진초록 연잎 덕에 더욱 선명해진 홍련과 백련, 게다가 아장아장 물가를 걷는 오리들 목청도 한껏 그 운치를 더한다.

시간을 들여 가만히 들여다보고 마음을 열고 노력해야 은은하게 또 잔잔히, 맑은 내음을 전해오는 것이 연꽃향기이다.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세상에서 잠깐 멈춰서 어떻게 해야 나라는 사람의 향기를 연꽃처럼 맑고 향기롭게 피어낼 수 있을지 천천히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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