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개를 밀치고 눈뜨는 아침,  옹골지게 살이 차는 이삭들 고개를 숙인다. 어김없이 염량(炎凉)의 '아름다운 법칙' 잘못 살았다. 세상을 이끌어 본 사람들, 웃자란 고개 숙일 줄 모른다. 핏발 선 항변, 분이 뭉친 표정들......, 그들을 저 들녘에 세워라. 허수아비 곁에, 닭 쫓던 개 지붕쳐다 볼 허망한 꼴을 당할 그들이 보인다.

* 흑염의 꼬리를 자르고, 여름의 허물을 씻기는 굵은 빗줄기, 열기품은 도시와 열에 들뜬 가슴에 꽂히는 빗살무늬, 아프다. 매운 세월을 건너온 사람들, 언제까지 계속되어야 하는가. 공방만 있고 청산은 없는 이 낡은 전철(前轍), 성난 뇌성, 서럽다. 하늘하늘 코스모스의 씻김 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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