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격상 부단히 노력하지 않는다면, 어린 딸아이와의 놀이에 기꺼이 동참할 수 없었다.
주관이 뚜렷하고 예민한 엄마보다, 잠자리에 눕는 대로 코를 고는 스타일인
아빠 쪽이 다섯 살짜리에겐 놀이대상으로 적격이었다.

그런데 요즘은 하루 두어 시간 정도, 자발적으로 아이의 세계에 뛰어든다.
특히 내게도 향수로 남아있는 캐릭터를 공유할 땐, 묘한 희열을 느끼고 짙은 위안도 된다.
저녁뉴스를 시청한 후엔 반드시 아기자기하고 환상적인 딸아이의 소지품을
의도적으로 들여다보고 만진다.

키덜트(Kidult)* 족을 유치한 현실 회피자쯤으로만 생각해왔다. 키덜트족을 노리는 마케팅 전략이
사회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 약은 상술이라고만 여겼었다.

그러나 만약 참을 수 없이 힘들고 진지할 것을 삶이 강요한다면,
누구나 자기만의 휴식과 행복을 찾아나설 권리가 있다.

여행을 떠날 시간적 여유나 유흥비로 낭비할 만큼의 돈이 없는 서민이라면,
대책없이 스트레스 받기보다는 아이의 감성과 분위기에 젖어보는 것이 나쁘지 않다.
예측하지 못했던 새로운 에너지가 샘솟기도 하니까.

*키드(kid:아이)와 어덜트(adult:어른)의 합성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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