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없이 가을이 익어간다. 뭣인가 소리 없이 사라져가고 있다. 그러나 가만히 귀를 보아보자. 뭣인가 들리는 소리가 있다. 낙엽이 지는 소리일까. 옛 영국인들은 1년을 여름과 겨울, 두계절로만 나누었다. 말이 생긴 것은 17세기 ‘초서’의 시대부터였다.

그후 가을을 다시 ‘수확의 계절’ ‘조락의 계절’로 나누었다. 지금 매같이 나무는 헐벗어가며 있다. “따스함도, 즐거움도, 안락함도......그늘도 햇빛도, 나비도, 벌도, 과실도, 꽃도, 잎도, 새도, 아무것도 없는......” 조락의 계절인가 보다.

가지에서 떨어지는 한 잎, 또 한 잎이 노을을 받아 붉게 타오른다. 이를데없이 아름다와 보인다. 감상때문에서만일까. 보잘 것 없는 나무이기는 하다. 천더기 자식처럼 구박받아 가면서도 자라나겠다고 발버둥치던 나무다.

햇빛을 못받아 줄기가 밉상스럽게 비뚤어져있다. 여러번 된 바람을 받았나 보다. 꺽인 자취가 보인다. 그래도 잎이 제법 무성할때는 젊은이들을 위해 내일에의 화려한 꿈을 부풀려 주던 아늑한 터전이었다.

이제 나무 잎이 다 떨어지면 그 앙상한 알몸에 서리가 맺힐 것이다. 얼어 죽을까? 나무는 좀처럼 죽지는 않는다. 어린이들이 고사리같은 손들로 정성스레 매만지던 나무다. 손쉽게 죽을 리는 없다. 죽어서는 안될 나무다. 그러나 새봄이 돌아오기 전에는 아무도 알지 못한다. 그때까지 기다리고만 있어야 할 것인지?

잎이 떨어져 가는 가지 위에서 참새가 몸부림 치고 있다. 뭣을 하고 있느냐고 어린이가 물었다. “하늘이 떨어지고 있다. 그래 이 나무를 지키려는 것이다”고 참새는 대답했다. 어린이 눈에는 가을 하늘은 그저 높다랗기만 했다. “설사 하늘이 떨어진다 하더라도 그 새 종아리로 막아질 수 있겠느냐” 면서 어린이가 낄낄 웃었다.

‘나라도 할 수 있는 데까지 해봐야할게 아니냐“ 고 참새는 대답했다. 지금은 완연한 조락(凋落)의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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