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가고 있습니다. 하루가 쏜살같이 가네요.  1일 해운대 모 아파트에서 바라본 '가을 단풍' 입니다. 너무 짙어 왜 그런가하고 잠시 지켜봤습니다.  그러나 시원한 답은 없습니다. 그저 가을이 힘없이 가네~하는 느낌입니다.

"흥겨운 여름잔치가 왜 이리도 빨리 끝났을까? 외롭게 가을 바람이 불고, 그래도 또 봄이 온다는 것일까?" '슈트롬'의 시 한 구절입니다. 가을이라 낙엽지고, 그러면 또 겨울이 됩니다. 그런 속에서 봄을 기다리겠다는게 쉬운 일일까요? 

하늘은 마냥 높다랗게 걸려 있고, 마냥 푸르게 물들어 있습니다. 그리고 마냥 조용하기만 합니다. 불협화음에 가득찼던 한 여름의 광란이 끝나고 이전 그저 나직한 벌레와 풀들의 화음들만이 들릴 뿐입니다.

아직 지나가는 세월을 서러워할 때는 아닙니다. 모든 것은 마냥 아름답기만 하고 푸짐하기만 합니다.

"안개와 감미로운 과실이 여무는 계절이여, 모든 것을 익혀놓는 태양의 절친한 벗, 추녀끝의 포도 나무가지에 풍만한 송이를 붙여 축하를 보내주는 벗이여..." 이렇게 가을을 노래한 것이 '키츠'였던가?

탐스럽게 익은 배, 붉게 타오르기 시작한 사과, 어디선가 석류가 기지개를 켜는 소리가 들리는 것도 같습니다. 그런 고요속에서 '코스모스'가 수줍은 듯이 막 피어나고 있습니다. 정녕 여름은 다 가버린 것일까요?

사람은 꿈을 위해 삽니다. 아름다운 꿈, 거창한 꿈, 소박한 꿈, 부귀의 꿈, 사랑의 꿈.......

여느 꿈이나 모두 계절과 함께 자랍니다. 계절과 함께 사람은 꿈을 잉태하고, 꿈을 키우고, 다듬고, 그리고 때로는 또 꿈을 바꾸고, 꿈을 파묻고......, 꿈과 사람은 죽습니다. 꿈을 이룩했을 때 사람은 죽고 꿈이 무너졌을 때 사람은 죽는다. 꿈을 잃었을 때 사람은 삶을 잃습니다.

지금은 꿈을 키울 때는 아닌가 봅니다. 그렇다고 꿈을 장송하는 슬픔에 젖을 때도 아닙니다. 그러기에는 대지가 너무나도 아름답고 여름의 향연이 남긴 것들이 너무나도 탐스럽게 여겨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제 여름은 아닙니다.

들에서도, 숲에서도, 보도위에서도, 이젠 여름의 합창은 없습니다. 그저 가냘픈 가을의 독백들만이 들려 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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