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어사에 북문으로 가는 길(대성암) (사진: 금정신문)
*범어사에 북문으로 가는 길(대성암) (사진: 금정신문)

금정산에 단풍이 듭니다. 금정산으로 눈을 돌려보면 온통 노랗고 붉어가는 모습이 마음을 끌어들입니다. 단풍은 금정산을 텅 비우기 전에 멋진 모습을 내보입니다.

그냥 누가 그린 것도 아닌데 금정산은 절로 단풍으로 자신을 그려갑니다. 가끔 바람이 지나다 붓질 한 번 하고 하늘의 별이 지나다 물 한 방울 떨구었나 봅니다.

그것은 금정산을 잊지 말라는 당부의 몸짓일 수도 있고 떠남이 어떠해야 하는가 보여주는 가을 금정산의 가르침일 수도 있습니다. 금정산을 가까이 살아온 세월을 치면, 나는 아직 젊은 금정산에 지나지 않습니다.

단풍은 금정산의 세월이 되기에는 아직 많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아직 여름 금정산의 푸르름을 지니고 있을 뿐입니다. 의욕이나 성취가 인생의 전부가 아니라 자신을 비우고, 평온함으로 돌아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가르침 하나를 만나고는 합니다.

의욕과 성취는 좌절의 아픔을 가져 오지만, 비움과 고요는 잔잔한 평화를 가져오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형상이 있는 것에서 형상이 사라진 세계를 향해 걸어가는 시간이 인생인지도 모릅니다. 그 인생의 의미에 충실한 것이 가을 금정산 산행입니다.

아무런 욕심 없이 스스로 아름답게 물들어 가는 금정산 가을에서 인생도 적멸의 평화를 배웁니다. 맑은 날 범어사 산문과 대웅전을 지나 북문으로 산행하며 하늘의 소리를 들으며 단풍을 만납니다.

이 단풍잎에는 가을의 색이 모두 들어 있습니다. 자연이 하는 일에 사람들은 말을 잃습니다. 다만 경탄할 뿐입니다. 내 마음의 우울과 욕망과 이루지 못한 꿈들의 노래를 훨훨 털어냅니다.

* 범어사 경내.. 왜 저리 곱지? (사진: 금정신문)
* 범어사 경내.. 왜 저리 곱지? (사진: 금정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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