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어사를 가끔 오갔지만, 보호수인 ‘은행나무’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어제 아침 7시30분경 범어사에 가는 가을을 붙잡으려고 작정하고 찾았다.

가는 가을 단풍들이 소곤소곤 잎끼리 재잘거리며 가을을 아쉬워하고 떠남이 보였다. 그 중 노란 ‘은행나무’잎에 빛이 내려앉자 아름다운 모습을 안겨 주었다.

오늘처럼 햇빛 좋은 날에는,,, 어디선가 너의 향기가 나고, 어디선가 너의 목소리가 들리고, 어디선가 불쑥 네가 나타나 “안녕”하며 인사할 것만 같았다.

마음도 멈추었다. 빛이 은행나무에 멈추는 시간, 은행나무가 바람을 따르는 시간, 바람이 햇빛을 유혹하는 시간, 일렁이던 내 마음이 그 은행나무 앞에 멈추는 시간.....,

은행나무의 그 샛노랗게 물든 맑고 깨끗한 빛깔이란 대체로 구질구질한 편인 우리 인간에겐 너무 과분한 귀물 같기만 하다. 분명히 엊그제까지도 푸르고 싱싱하던 은행나무 잎들이었다.

그것이 어느 틈에 그처럼 곱고 찬란한 황금빛으로 물들어 버렸는지, 그저 눈부시고 신기해서 나는 황홀한 눈으로 낙엽으로 가는 은행잎들을 바라보며 한동안 망연히 서 있었다.

온몸을 다해 온 마음을 다해 울고 있는 은행나무가 가을에 가득하다. 아 후련하다!

(사진: 범어사 은행나무...11월 20일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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