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부오름‘서 바라본 설경은 작은 설렘과 기쁨이었다.
’아부오름‘서 바라본 설경은 작은 설렘과 기쁨이었다.

사진은 ‘보는 것이 반’이라합니다. 전통적인 사진의 가치인 ‘발견의 미학’을 이야기 하는 말입니다.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평범한 대상, 미미한 존재라도 자세히 오래보면 새로운 것이 보입니다. ‘번쩍’ 하는 깨우침이 있습니다.

사진은 가장 철학적인 매체라고 합니다. 보는 것이 반이라면, 나머지 절반은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깨닫는 것입니다. 훌륭한 사진가는 그 깨달음을 이미지로 형상화합니다.

1월 2일부터 8일간 제주 한라산 설경을 보기위해 지인들과 함께 했습니다. 그 계획에 몹시 추운 소한 추위가 기승일 때입니다. 하지만 ‘소한 추위는 꾸어다 가라도 한다’는 옛말을 증명하려는 듯 제주 추위는 기승을 부리고 추위에 적응을 못한 나는 감기를 앓고 신경이 쓰였습니다.

한라산은 적설로 인해 산행이 통제되어 갈 수 없었지만 한라산 정상에 쌓인 설경이라고 볼려고 지인들과 한라산이 잘 보이는 곳을 찾아 헤메다 교래리 삼다수 목장 근처에 갔습니다. 하필 그날이 매서운 한파가 닥친 날이었는데 그래도 한라산 설경을 볼 수 있는 ‘아부오름’을 찾았습니다. 1월 5일이었습니다.

‘아부오름’에 올라 시야에 들어온 한라산 설경은 말로서는 표현 못할 설렘이었습니다. 한라산은 해발1,950m로 남한에서 특이한 자연환경을 지닌 산이지만, 겉모습은 단순합니다.

'제주가 한라산이요, 한라산이 곧 제주'라는 표현조차 결국 한라산을 빼놓고는 제주도를 말할 수 없다는 뜻일 것입니다. 겨울의 한라산은 아름답습니다. 육지에서도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멋지면서도 괴이하다 싶은 설경을 보여줍니다.

바다습기가 듬뿍 담긴 습설은 강한 바람에 구상나무, 굴거리나무와 같은 나무들 뿐 아니라 바위, 더 나아가 백록담 화구벽에 켜켜이 달라붙으면서도 아름다움과 독특한은 극에 달합니다. (2009년경, 동행한 지인과 한라산 설경을 5박6일간 위셋오름 대피소에서 관찰한 추억의 일부분입니다)

겨울 한라산을 5차례 갔습니다. 갈 때마다 힘들었지만 지금 생각하면 젊어서 산행한 것이 추억과 그리움으로 남습니다. 이번에도 팔순을 목전에 두고 체력도 테스트해 볼겸 계획한 산행이었습니다. 나이가 동갑줄에 든 늙은이 3명이 함께 했으나 결국 일기 탓으로 불발이 나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아부오름과 용눈이오름 자락에 등산했을 때 숨이 차 한라산은 아예 엄두도 못 낼만큼 체력이 이상이 와 있었슴을 알았습니다. 그러나 용눈이오름 곁에 증조모묘 인근에 조부가 심어 놓은 ‘차’나무 잎을 따서 귀가해 도란도란 얘기하며 그날 찍은 사진을 들추어 보며 함박꽃 같은 웃음을 나눈 시간은 살아 생전에 추억이 될 것입니다. 끝으로 이번 제주 여행에 도움을 준 고석창 사진가에게 감사를 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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