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 7월에 찍은 '용눈이 오름' 이다. 라이카 M9로 사용했습니다.
*90년 7월에 찍은 '용눈이 오름' 이다. 라이카 M9로 사용했습니다.

사진 속 ‘용눈이오름’은 신비롭고 아른아른하며, 먼 듯 가깝고 속세이면서 피안과 같은 모습이다. 제주는 내 마음의 고향이다. 제주도에 가면 세상의 모든 인연을 벗어 놓은 듯 마음이 가벼워진다. 언제 제주도에 가든 그렇다. 네 마음은 제주에서 따뜻해진다.

이런 저런 연유로 ‘용눈이오름’을 사랑한다. 가끔 고인인 ‘김영갑 갤러리’를 찾아 간다. '용눈이오름' 작품에 놀라 이 분이 생전 작업한 작품을 보고 감성적으로 느낌이 설렘으로 바뀌어 근 16년간 ‘용눈이오름’의 사계절을 카메라에 담아오고 있다.

그런 후 제주에 갈 때면  ‘김영갑’ 갤러리를 찾곤 한다. 특이한 사진은 없는 것 같다.  작업하며 건강상 이유에선이지 위 사진은 보지 못했다. 그러나 사진은 ‘비슷한 것을 찍으면 가짜다.’ 라는 것도 몇 년 전부터 알았다.  

‘용눈이오름’은 명소로 알려지면서 훼손이 심각해 지난해부터 휴식년제로 지금은 출입이 통제되어 있다. 그러나 렌즈에 ‘용눈이오름’ 진심을 담는 마음은 변함이 없다. 아직도 작업하고 싶은 장면이 남아 있다.

가장 사랑이 가는 오브제가 ‘용눈이오름’이 거느린 어지러운 곡선의 세상이다. 선이 부드럽고 볼륨이 나를 유혹한다. 폭설이 내려도, 오름으로 간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내달린다. 그럴 때면 나는 오르가즘을 느낀다. 눈 내린 백설이 풍광은 보지 못했다. 바람이 거세 눈이 쌓이지 않는다.

요즘도 설렘을 갖고 제주에 가면 꼭 ‘용눈이오름’을 멀리서 둘러본다. 요즘은 90년도 ‘용눈이오름’이 아니다. 소나무가 자라고 억새가 자취를 감춰 명소로서 아름다움을 볼 수 없다.

 이젠 ‘용눈이오름’에 비계를 설치하고 그 위로 흰천을 쒸워 거대한 캔버스로, 능선의 작업을 해 볼 생각을 한다. 사진은 지식과 응용력, 그리고 창의력을 바탕으로 만들어진다. 세상만사가 그렇듯이 사진 또한 아는 것과 행하는 것이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

말로만 하는 사진은 수십 년 동안 사진을 해도 늘 똑 같은 결과물만 찍어낸다. 그러므로 원칙과 실습이 함께해야 한다. 그 어느날 부터 '용눈이오름’의 풍광에 빠져 헤어나지 못한다.  왜 그런지 미치지 않으면 못할  일이다.  왜 그럴까?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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