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찾아 범어사에 갔었다. 불이문으로 뚜벅뚜벅 힘든 걸음을 옮기는 할머니가 보였다. 첫눈에 착하게 보였다. '할머니 어디서 오셨서요. 예,  울산서 왔습니다. 범어사 먼곳 까지 오셨네요.  버스타고 왔습니다.'그렇게 자연스럽게 말을 이어 갔다.

 청순한 할머니였다. 무슨 사연이 있길래 이 먼곳까지 왔을까. 물어보고 싶었지만 그만 두었다. 그러나 어찌나 순박한 모습이여서 '할머니 사진 한장 찍어도 됩니까? 예, 그러세요, 늙은 얼굴이어서 하고 부끄러워 했다.'

 할머니 동의를 얻어 이 귀한 사진을 찍었습니다. 더구나 한손에는 부처님께 드릴 공양물을 들고 있었다. 

 할머니에게서 연둣 빛 살큼 묻은 흑냄새가 난다. 손안에 일렁이는 봄 빛 설렘, 건강하세요. 하고 할머니께 인사를 드리고, 

 돌아가신 할머니를 떠 올렸다.  산비탈 양지녘에 곱게 빗은 쪽머리처럼 풀포기 이고 정갈하게 누운 유택을 찾아가 절 한번 올리곤 봉분에 누워 할머니 그리다가 " 할머니, 할머니." 눈물 흘리며 불렀더니 "오냐, 오냐" 미소 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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