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목분장(朽木糞牆)...제주 '용눈이 오름'에 핀 백두옹(할미꽃)...보기가 흔하지 않습니다. 
'후목분장(朽木糞牆)...제주 '용눈이 오름'에 핀 백두옹(할미꽃)...보기가 흔하지 않습니다. 

 나이 팔순(八旬). 또 팔질(八耋)이라고도 한다. 팔순이 되니 할미꽃이 생각난다. 그것도 제주 ‘용눈이 오름’, 봄이면 파릇파릇 새 생명이 속삭일 때 등 곱은 할미꽃은 머리에 백발을 흩날리는 늙은이처럼 생명을 다하려 바람에 흩날린다. 그래서 백두옹(白頭翁)이라고도 일컬었다.

이 나이드니, 이젠 글 한줄 말 한 마디도 조심하게 된다. 내 직업에서는 더욱 그렇다. 매일매일 나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고 가다듬는다. 훌륭한 어른은 못 되더라도, 부끄러운 어른이 되지 않기 위해서...,

사람은 변한다. 세월이란 이 몹쓸 것은 안타깝게도 사람을 변하게 만든다. 그러나 다행인 것은 어떻게 변하느냐 하는 권리는 주어진 것 같다. 그 권리를 잘못 가지고 추하게 나이드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세상이다.

서리가 내려버린 흰 머리칼, 주름진 얼굴과 늙은 손등, 후물근한 옷차림들 그리고 열심히 독수리타법을 글을 쓰는 것, 처음엔 속으로 킥킥거리며 웃다가 가슴에 급(?) 밀려온 아린 서러움,

이 망할 놈의 세상....,

그러나, 설렘이 있는 그곳 향촌(鄕村) 가면, 그날에야, 떠오르는 자연과 풍경, 그래도 창밖으로 사철 푸른 동백나무가 보이고 그 너머 파란하늘과 흰 구름이 떠 있는 풍광을 즐길 여유가 그래도 있으니...

아프다. 사람은 눈빛에 마음이 있다. 평범하게 착하게 사는 사람들의 눈에는 욕심이 보이지 않는다. 번들거리지 않는다. 그러나 돈과 명예에 뜻을 둔 사람들의 눈빛을 보라. 무섭다. 옛 시에도 있지 않은가. 성낸 가마귀 흰빛을 새오나니...,

나도 이 세상 사람이 아닌 할아버님 할머니를 만날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다. 팔순이다. 지금 생각하면 어떻게 살았을까? 회한이 많은 삶이었다.

누가 팔순을 말하지는 않지만 환기시키면 “쉬!” 하고 손가락을 입술 앞에 세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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